[고리1호기 폐쇄] 고교 졸업후 34년째 근무 박웅 안전팀장

입력 2017-06-15 07:00   수정 2017-06-15 07:14

[고리1호기 폐쇄] 고교 졸업후 34년째 근무 박웅 안전팀장

"산업발전 원동력…공보다 과 부각 안타까워"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첫 출근의 기억이 생생한데 영구정지를 눈앞에 두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고리1호기) 박웅(50) 안전팀장은 고리1호기에서 1984년부터 근무한 베테랑 엔지니어다.






안전팀장은 말 그대로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안전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는다.

박 팀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84년 2월에 입사해 발전, 현장설비, 주 제어실, 안전팀 등 현장에서 일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은 기존의 발전과는 다른 신생 발전분야였다"며 "우리나라를 이끄는 원전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입사 당시는 고리1호기가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6년이 됐을 때다.





고리1호기는 1970년 당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4분의 1에 가까운 3억 달러가 공사비로 투입된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다.

박 팀장과 같은 수많은 고교 졸업생들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겼다.

박 팀장은 끊임없는 교대 근무로 몸과 마음이 피곤했지만 야간대학에 다니고 업무 전문성을 키우며 오늘에 이르렀다.

매일 현장을 누비는 그에게 고리1호기의 생활은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은 아니다.

안전팀 근무의 특성상 고소 작업은 기본이고 고온과 고압의 배관 주변을 수시로 드나들어야 했다.

그는 "현장의 배관설비 등이 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면서도 "설비 자체가 위험한 기계라 당연히 드는 생각일 뿐이지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엔지니어에게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우려가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고리1호기 운영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박 팀장은 평가했다.

해안방벽 증축 등 시설물이 보강되고 각종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대응책 등이 마련됐다.






박 팀장은 "원전은 자동차처럼 가동 중에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데 고리원전 내의 아주 사소한 상황이라도 외부에서는 각종 질타와 의혹의 대상으로 번졌다"며 "현장에서는 일일이 외부상황에 대응할 수 없어 답답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일하면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40년간 고리1호기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됐으면 한다는 게 박 팀장의 바람이다.

박 팀장은 "고리1호기는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은 물론 전기요금 인하에 기여하는 등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그런 공보다 고장 등의 과가 더 부각되는 게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청춘을 바친 고리1호기를 오는 18일 영구정지한다는 결정은 박 팀장에게 서운함과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박 팀장은 "아직 발전소의 가치가 있는데 영구정지되는 시점이 조금 이른 것 같다"면서도 "남은 근무 기간에 진행될 해체 과정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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