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축사노예' 사건 인권영화로 만든다

경찰, '축사노예' 사건 인권영화로 만든다

충북지방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고취 목적"

15~20분 분량 제작해 경찰 인권영화제에 출품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청주 '축사노예' 사건이 인권영화로 제작된다.


14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이 사건을 주제로 한 15∼20분 분량의 영화를 제작, 제6회 경찰 인권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처음 알려진 '축사노예' 사건은 한 지적 장애인이 19년간 청주 오창의 한 농장에서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학대를 당한 인권 유린 사건이다.

피해자 고모(48·지적 장애 2급)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김모(69)씨 부부의 농장으로 왔다.

그는 이곳에서 '만득이'로 불리며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일을 제대로 못 하면 김씨 부부로부터 매를 맞거나 밥을 굶어야 했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고씨는 지난해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와 경찰에 발견돼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할 수 있었다.

현재 고씨는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에서 일을 배우고, 초등학교에도 입학하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가해자 김씨는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부인은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경찰은 고씨가 김씨 부부의 농장에서 학대를 당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영화에 담아낼 예정이다.

기획, 시나리오, 연출, 촬영, 연기까지 모두 충북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들이 맡았다.

고씨를 처음 발견한 경찰관도 영화에 직접 출연한다.

영화 제목은 일단 '만득이'로 정했다.

본격적인 촬영은 이날 시작해 약 2주간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의 중요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고자 '축사노예' 사건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며 "특히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고씨가 더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제 출품과 별개로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인권영화제는 국가기관에서 개최한 최초의 영화제로, 시민과 경찰이 함께 참여해 201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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