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길들여 손잡기' 핀란드 새 정치실험 성공

입력 2017-06-14 12:12  

'극우 길들여 손잡기' 핀란드 새 정치실험 성공

연립정권 통해 주류정치 편입시킨 뒤 결국 '중성화'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유럽 기성 정치권에 공포의 대상인 포퓰리스트 정파를 중성화한 뒤 정권에 흡수하는 사례가 핀란드에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극우 성향의 제2당 '진정한 핀란드인'(True Finns. 이하 핀란드인당) 구성원의 절반에 이르는 의원 20여명이 이날 탈당해 '새로운 대안'(New Alternative)이라는 신당을 창당했다.

신당에는 핀란드인당을 20년간 이끌다 지난 주말 당 대표에서 물러난 핀란드 외무장관 티모 소이니도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 유시 할라아호(Jussi Halla-aho)의 당 대표 선출에 반발해 탈당을 결정했다.

극우 포퓰리스트 당 대표 선출로 연정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당내 중도 성향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연정에 합류한 것이다.




핀란드인당은 지난 2015년 현재의 집권당과 함께 3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정을 꾸렸다.

연정을 계기로 외무장관 등 각료를 배출한 핀란드인당은 그리스 구제금융, 이민 정책, 경기 회복 등 까다로운 사안에서 극우 성향의 기존 입장을 굽혀야 했다.

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져 가는 데 대한 불만이 쌓이고 지지율이 반토막 나자 핀란드인당은 지난 12일 반(反) 이슬람, 반 유럽연합 성향의 할라아호 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뒀고 급기야 당이 쪼개지기에 이르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정치세력도 주류정치에 편입되면 효과적으로 중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했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은 선거에 잇따라 완패하고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이 지난 1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대선과 총선 1차 투표에서 지지자 절반 이상을 잃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끈 극우 성향 영국독립당(UKIP)은 지난 2015년 13%였던 총선 득표율이 최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2%로 급감했다.

네덜란드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스가 이끄는 자유당(PVV)도 지난 3월 총선에서 대패했다.

이렇게 유럽 각국에서 최근 이슬람 혐오주의나 민족주의 등을 내세우며 득세하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세력들이 최근 유럽 정치무대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신문은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극우 포퓰리스트의 세력이 약화한 것으로 보일지라도 이들이 유럽 주류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극우 포퓰리즘은 이미 주류정치에 스며들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극우 포퓰리스트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의 패배 이후 집권 보수당은 유럽연합에 더 완강히 맞서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중도 우파의 집권 과정에서 과격한 반이민적 견해를 보이는 등 극우 포퓰리즘이 기존 주류 정치세력에 침투하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문은 극우 세력이 후퇴하고 있을지 몰라도 이들의 부흥에 기반이 된 상황들은 살짝 바뀌었을 뿐 극우 세력의 약화가 곧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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