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일대일로' 사업 요충지여서 악영향 우려한 듯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달 24일 파키스탄에서 중국인 교사 2명을 납치해 살해했다고 주장한 사건과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인 선교사가 연관된 선교활동과 연관된 탓에 변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데 대해 중국 정부가 '동조'하는 기미를 보여 주목된다.
파키스탄은 중국 당국이 사활을 거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라는 점에서 IS의 이번 범행은 일대일로 사업에 타격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됐으나, 선교활동 연관 주장은 결이 다른 분석이어서다.
다시 말해 이슬람교 이외에는 그 어떤 종교도 용인하지 않는 파키스탄에서 다른 종교를 선교하다가 살해당했다면 현지 관습법을 어긴 개인의 '일탈' 행위로 원인을 돌릴 수 있으며, IS의 범행은 중국과 일대일로를 겨냥한 것이 아님을 강조할 수 있어 중국 당국이 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중국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그동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국 교사 2명이 한국인이 세운 어학원에서 일하며 선교활동을 해왔으며, 그로 인해 IS의 표적이 됐다고 보도해왔다.
이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파키스탄에서 IS가 납치·살해했다고 주장한 중국인 교사들이 선교 활동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중국은 파키스탄 정부와 함께 법에 따라 불법 선교활동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루 대변인의 이 언급은 파키스탄에서 이슬람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선교활동을 했다면 '불법'이라는 인식을 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대일로와는 연관돼 있지 않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은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IS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자마자 바로 다음 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일대일로를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 역시 IS의 발표 이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납치 피해자들이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어학원에서 생활하며 불법적인 선교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해왔다.
이 신문은 지난 11, 13일 사평(社評)을 통해 한국 선교단체가 아직 미성숙한 중국 청년들을 위험지역에 보내게 해선 안 된다며 그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중국과 파키스탄 관계를 해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양국 협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일대일로 사업 지역의 안전문제가 드러났고, 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발생한 발루치스탄주(州)는 일대일로 사업의 요충지로, 지난 2014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계획에 따라 중국 신장(新疆)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3천㎞ 길이의 도로와 철도, 가스관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로는 가장 많은 460억달러(52조6천460억원)가 투자된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대일로 사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이번 사건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30여개국 정상을 초청해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정상 포럼을 개최한 지 불과 2주 만에 사건이 발생한 점도 IS의 테러행위가 일대일로를 노린 것으로 비쳐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 선교단체를 직접 지목하며 불법선교 문제를 부각하는 이유는 일대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면서 "중국 정부도 직접 한국 선교단체를 거론하고 있진 않지만, 진상 파악에 나서는 등 상황의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