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화천군 접경지에서 오이와 호박농사를 짓는 농민 김종철(51·풍산리) 씨는 올해 농사 면적을 늘렸다.
매년 반복되는 일손부족 탓에 예년 같으면 엄두를 못 냈지만, 올해는 외국에서 온 계절근로자가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올해 처음 농가와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은 외국인가족 계절근로자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청, 만성적인 농촌 일손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가 도입한 것이다.
근로계약은 하루 8시간 이상 근무(중식시간 제외)가 원칙이며 시간 외 잔업에는 추가 지급을 해야 한다.
또 시간당 50분 일을 하면 10분간 휴식에, 매월 2일 이상 휴일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화천지역에는 지난달 1차로 베트남과 필리핀, 캄보디아 국적의 결혼이민자 친정가족 16명이 계절근로자로 투입됐다.
2차 방문단 15명은 다음 달 14일 방문한다.
김 씨 농가에서 일하는 짠닷(32) 씨는 캄보디아에서 왔다.
임업 관련 일을 하던 중 한국으로 시집온 여동생의 소개로 지난달 말 입국했다.
그리웠던 여동생을 직접 옆에서 볼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적지 않은 임금에 '코리안 드림'도 꿈꿀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에서 한 달가량 일하며 받는 소득이 많게는 일 년 벌이와 맞먹기 때문이다.
계절근로자 일당은 하루 5만 2천원 이상에, 최대 3개월가량 일할 수 있다.
성실하게 근무하면 추후 재입국 등에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소식을 더 열심이다.
햇볕이 뜨거운 오후 시간대는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한국 적응이 더 빠르다.
짠닷 씨는 "한국은 농기계도 발달해 농사를 짓기도 편하다"며 "열심히 일해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살 집도 짓고 장사도 할 예정"이라고 웃었다.
쓰네맹쓰리(35) 씨도 짠닷 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이룬 친척의 소개로 한국에 온 그는 오토바이 기사로 일하다 계절근로자로 찾아와 서로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다.
농민 입장에서는 계절근로자 제도가 반갑기만 하다.
매년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드는 시기에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지만, 계절근로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게 됐다.
임금은 물론 이들의 숙소와 식사까지 지원해야 하지만, 일손이 절박한 시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우려했던 언어 소통이나 서로 다른 농사 문화도 큰 어려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으로 시집온 딸이나 친척이 한마을에 살다 보니까 언어 소통 등에 도움을 준다.
김종철 씨는 "당장 가족이 옆에 있으니까 마음 놓고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데다, 성실하게 일해 도움이 된다"며 "계절근로자 제도가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시기에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군은 결혼이주여성의 현지 가족을 선발해 농가 일손도 돕고, 가족상봉까지 주선하는 기회로 활용할 예정이다.
체류 기간 90일 중 10일 이내 관외출입이 허용돼 결혼이주여성과 재회의 기쁨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계절근로자 신청 및 배정, 농가 및 외국인 근로자 관리 등을 맡으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한 통역도 지원한다.
일부 주민은 3개월에 불과한 짧은 체류 기간과 근로자 나이 제한 등 개선점도 지적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다문화가정 여성이 이번 기회에 친정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일손이 부족한 농가는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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