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경북 예천 남악종택에서 발견한 '사시찬요(四時纂要)'는 조선 태종 3년(1403년)에 만든 '계미자(癸未字)'로 인쇄한 것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 예천군과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BK플러스21사업팀(팀장 남권희 교수) 등에 따르면 계미자로 인쇄한 책은 그 자체로 희귀본이다.
십칠사찬고금통요(十七史纂古今通要) 권6(국보 148호) 등 국보로 지정받은 계미자본은 분량이 10장 안팎임에도 가치를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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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장만으로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데 이번에 발견한 책은 100장(200쪽)이 훨씬 넘는다.
계미자로 찍은 책 가운데 유일하게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다룬 점도 특징이다. 기존 계미자본은 주로 중국역사서, 문집, 예학서 등이다.
이 책이 현존 최고본(最古本)이라는 점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사시찬요는 996년 중국 당나라 때 한악(韓鄂)이 편찬한 농업 서적이다. 월별, 절기별 농업 기술, 농업 부산물 가공 방법 등을 설명하는 월령(月令)체 농서의 효시 격이다.
후대 일부 서적에 책 제목만 전할 뿐 원본이 모두 사라져 1961년 일본에서 목판본이 발견될 때까지 내용조차 알 수 없었다.
1590년(선조23년) 울산에 있던 경상좌병영에서 간행한 것이다. 목판본은 다시 한국과 중국으로 역수입돼 영인본으로 제작했다.
계미자본 사시찬요는 2세기가량 앞선 1403년(태종)에서 1420년(세종) 사이 인쇄했다. 원본에 더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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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0년 목판본 3월 말 편에 기술한 종목면법(種木綿法:목화재배법)이 계미자본에 없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농서에 당시(1590년) 조선 실정에 맞도록 목화 재배 방법을 추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남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계미자본은 조선 초기 간행한 농서인 농사직설(1428년) 이전 농업 기술, 사회경제사, 농산품 가공 변천사 등을 연구하는 데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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