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박열은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 그들과 맞서 그들의 사상을 흔들었던 인물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잊힌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박열'은 간토(관동)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일본은 무고한 조선인들이 학살당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박열을 일본 황태자 암살을 모의한 인물로 지목하고 대역죄인으로 단죄하기 위해 일본 법정에 세웠다.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그들의 끔찍한 만행에 국제사회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스스로 황태자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 공판을 시작한다.
박열을 맡은 배우 이제훈은 1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에 놀랐다. 호탕하고 당당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박열의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과연 세상의 부조리함에 정면으로 맞서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나 스스로 많이 반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자신에게 박열이라는 실존인물이 완벽히 투영되어야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신념을 이해하기 위해 각종 사료와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한다.
"박열은 굉장히 기괴한 용맹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조용했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가진 생각과 말로 내뱉는 것을 행동으로 반드시 실천하는 인물이었죠. 누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고 해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그 웃음을 통해 제국주의의 중심에 있던 일본인들을 조롱하고 당황하게 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 웃음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줬죠. 그런 그가 불과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였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그는 "실존인물을 왜곡하거나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이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모자라거나 넘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안에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울분을 내지르면서 표현하기보다는 절제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훈은 박열이라는 인물의 신념뿐 아니라 외모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분장을 하고 촬영 내내 밥까지 굶었다고 한다. 실제로 포스터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평소 이제훈의 모습과 매우 다르다.
그는 "제대로 자르지도 않은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수염을 붙이고 분장했는데 첫 촬영 때 이준익 감독과 동료 배우들이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수염을 붙인 채 밥을 먹으면 떨어진 수염을 다시 붙여야 해서 촬영이 지연되기 때문에 촬영 내내 굶다시피 했다"면서 "감옥에서 단식 투쟁하면서 말라가는 박열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한 달 반 동안 촬영하면서 쌀을 멀리하다 보니 6㎏이 빠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으로 언어를 꼽았다. 작품의 배경이 일본인 만큼 대부분의 대사가 일본어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일본어를 전혀 몰랐다"는 그는 "정말 긴 대사를 하면서 감정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며 "대사를 숙지하기 위해 일본어 잘하는 동료 배우들이 녹음한 대사를 계속 귀에 꽂고 읊조리면서 다녔다. 덕분에 작품이 끝난 지금도 대사를 줄줄 읊을 수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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