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53년 '채널 10' 기로…공중파TV, 시청자 분화에 고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설립한 지 53년이 된 호주의 3대 민영방송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발적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공중파 방송 '채널 10'을 소유한 '텐 네트워크'는 14일 성명에서 주요 주주사 2곳이 2억5천만 호주달러(2천130억원)의 대출 보증을 거부했다며 "법정관리인들을 임명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라고 밝힌 것으로 호주언론이 15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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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네트워크 측은 이 대출로 오는 12월 만기인 2억 호주달러의 대출 상환을 계획했으나 주요 주주들의 지원 거부로 사실상 파산을 선언한 셈이다.
이번에 보증을 거부한 주요 주주사 중 1곳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 라클런이 운영하는 투자회사다.
'채널 10'은 다른 주요 민영방송사인 '채널 7' 및 '채널 9'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운영비는 증가하고 있으나 주요 시간대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으로 고전,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3명의 법정관리인은 우선 재정 및 운영 상황을 평가한 뒤 경영진과 직원, 콘텐트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자본 확충 혹은 사업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 측은 이 기간에 방송은 평상시처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4년 방송을 시작한 '채널 10'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동안 2억3천200만 호주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이미 고난을 예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채널 10'의 법정관리와 관련해 디지털 시대가 스포츠 중계나 광고, 공중파 방송의 미래 등 모든 것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는 진단을 했다.
일부 전문가는 '채널 10'의 경우 시청자로 젊은층을 염두에 둔 것이 큰 실수라며 경쟁사들은 인구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이 든 층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은 구매력이 떨어지고 나이 든 시청자처럼 상대적으로 충성도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층 시청자들은 온라인 스트리밍이나 유료 TV,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으로 분화하면서 공중파 방송의 시청률을 떨어트리는 실정이다.
인구 2천400만 명의 호주는 주요 미디어그룹인 페어팩스가 최근 125명을 해고하는 등 미디어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덩달아 호주 정부는 미디어법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는 현재 한 도시에서 한 업체가 TV와 라디오, 신문을 모두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2개만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한 방송사가 호주 전체 인구의 75% 이상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야당인 노동당은 정부의 규제 완화가 미디어 소유의 집중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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