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아버지 "北에서 짐승취급"…前주지사 "철저 조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김연숙 기자 =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하면서 북한에 붙잡혀 있는 다른 미국인들이 처한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들이 '짐승취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프레드는 인터뷰에서 "북한 왕따 정권에서 아들이 18개월간 테러를 당했고 짐승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1996년 이래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은 총 16명으로, 최근까지 웜비어를 포함해 4명이 북한에 붙잡혀 있었다.
북한은 오랜 반미 감정에도 불구하고 억류한 미국인들에 대한 신체적인 폭력은 삼가왔다는 점에서 웜비어에 대한 야만적 행위는 '미스터리'라고 NYT는 전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이들 역시 정신적 학대 수위에 대해선 저마다 경험이 달랐으나 신체적 고문을 경험했다는 증언은 드물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이 신체적 폭력을 삼가는 이유는 인권 유린 국가라는 외부 비난에 대해 민감한 데다 구금된 미국인을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추후 석방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로버트 R.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북한이 심리 전술을 사용하기는 하나 미국인에 대해 신체적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웜비어의 상황은 북한이 의도치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43일 만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은 북한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해 죽여달라고 애원한 사실을 밝히는 등 신체적 폭력을 호소한 사례도 없지 않다.
1996년 억류됐던 미국인 에반 헌지커는 풀려난 지 한 달도 안돼 자살했다.
2015년 12월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던 웜비어는 지난 13일 전격 석방돼 고향 미국 신시내티로 돌아왔다.
아들의 귀국 후 "달라진 현실에 적응 중"이라는 웜비어의 아버지는 인터뷰에서 현재 아들의 건강에 대해 "좋은 상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18개월간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혼수상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던 재판일(3월 16일) 다음 날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최근 정부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주 화요일(6일)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화로 통보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특별대표는 뉴욕, 오슬로 등지에서 북한과 사전접촉을 거쳐 지난 12일 평양을 방문, 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낸 인물이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당국자는 웜비어가 북한에서 1년 이상 혼수상태였다고 폭스뉴스에 확인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웜비어의 아버지는 아들 석방에 기여한 주요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조셉 윤 특별대표를 꼽고 "그들이 아들을 돌려보내 줄 것으로 믿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다른 미국인의 가족들에게 조언을 요청하자 그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들의 귀국은) 전례 없는 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청년 웜비어를 맞은 미국인에게서는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웜비어의 고향인 신시내티의 주민들은 나무에 리본을 묶어 웜비어의 귀향을 반겼다.
여러 번 북한을 방문했고 현지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을 위한 교섭에도 참여했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비극적 상황"이라며 정부에 철저한 진상파악과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정부는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거나 그의 상태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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