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 핑계로 환자에게 청소·세탁·간병까지 시켜
(무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병원장이 지적장애 환자 등에게 일을 시키고 그 대가로 하루 1천원도 안되는 돈을 환자에게 줬다.
이 병원은 2014∼2015년 2년간 수익이 13억8천만원에 달했다.
경찰이 적발한 전남의 한 병원에서 벌어진 환자를 상대로 노동력 착취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환자 K(60)씨는 290병상의 환자와 직원들을 상대로 자신이 입원한 병원에서 하루 세끼 배식 일을 했다
원장 A(61)씨로부터는 한 달에 고작 2만원을 받았다.
병원장 A씨는 환자 K씨처럼 사리분별력은 떨어지지만 신체활동이 자유로운 지적장애 환자나 조현병, 알코올중독 환자들에게 일을 시켰다.
병원장은 작업치료나 자원봉사를 핑계로 환자들에게 일을 시켰고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는 자원봉사 동의서에 서명하게 시키기도 했다.
하루 한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걸리는 배식·설거지, 청소를 환자들에게 시키고 한 달에 고작 2만∼3만원을 줬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일했거나 세탁·중증환자 간병 등 고된 일을 하는 환자들에게는 조금 더 주기도 했지만 시급 1천∼2천원 수준이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5∼6시간씩 환자복 세탁을 한 사람에게는 월 30만∼50만원을 지급했는데 그마저도 '사람 봐가며' 액수를 책정했다.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들은 다른 사건의 피해자와 상담하던 중 "어머니가 조현병이 심해 병원에 입원 중인데 일을 도와주고 돈을 받는다더라. 밤에 똥 기저귀를 갈 때도 있다고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신병원 환자가 온종일 같은 병실의 중증환자 4∼5명을 간병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병원 측은 "정상적인 회복을 돕는 작업 치료"라며 항변했다.
"환자들의 노동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정상적인 회복을 돕고 용돈이라도 쓸 수 있게 베푸는 차원에서 일을 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한 환자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작업치료 진단을 내린 사실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환자들이 했던 일을 담당해야 하는 직원도 별도로 채용하지 않아 병원 측이 환자들의 노동력과 임금을 부당하게 착취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피해 환자 29명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 미지급 현황을 노동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에도 해당 병원 측의 비위 사실을 통보할 방침이다.
박종호 전남청 광역수사대장은 15일 "장애인 등 약자를 상대로 임금착취나 구금 등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업장과 대형 농가를 지속해서 점검할 것"이라며 "피해를 봤다면 가까운 경찰서(☎ 182)나 노동청, 국가인권위원회에 꼭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