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이야기는 화수분…판타지·통속·액션으로 응용 중

입력 2017-06-16 09:00   수정 2017-06-16 09:27

일제시대 이야기는 화수분…판타지·통속·액션으로 응용 중

'도둑놈 도둑님' '시카고 타자기' '군함도' '박열' '자전차왕 엄복동'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조선총독부가 없어졌단 말입니까? 그럼 지금의 광화문엔 뭐가 있습니까?"

일제시대에 죽었다가 2017년에 유령이 돼 나타난 '경성 보이'는 조선총독부 건물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80년 만에 알게 되자 대경실색한다.

유령은 자기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광화문으로 달려갔고 "정말 없어졌네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바칠 게 청춘밖에 없어서 수많은 젊음이 사라졌는데 해냈네요. 우리가"라며 감격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지난 3일 막을 내린 tvN '시카고 타자기'의 한 장면이다.

일제시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끊임없이 응용을 거듭하며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여전히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다룬 정통 드라마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에는 판타지와 통속,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색깔을 입힌 응용편이 등장하고 있다.





◇ 유령 판타지로, 주말 통속극으로

'시카고 타자기'는 일제시대를 판타지의 배경으로 활용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현대와 일제치하 경성을 오가며 주인공들의 전생이 현생과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과거의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현재에서도 악연으로 연을 맺는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작가는 과거에 벌을 주지 못한 친일파를 현재에서 벌 줬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전생의 인연을 베일 속에 가려두고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듯 걸어나갔다.

드라마는 결국 전생에 조국의 해방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죽은 독립운동가들이 현생에서 다시 만나, 늦었지만 구원을 속 시원히 풀고 해방된 조국 아래에서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도록 했다.

MBC TV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은 전형적인 통속 주말극에서 독립군과 친일파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1945년 의열단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드라마는 독립운동가 후손과 친일파 후손이 극과 극의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을 대비하며 이를 선악 구도로 끌고 나간다. 극중 독립운동가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헌신했지만, 그 후손들은 생계가 어려운 삶을 살며 '장발장 형 도둑'으로 전락했다. 반면, 나라를 팔아먹고 호의호식했던 친일파들은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





제작진은 실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취재하고, 여기에 비일비재한 가진 자들의 횡포를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친일파 후손의 삶을 자극적으로 대비시키고, 그들이 관련을 맺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위해 친일파 후손에 의한 폭행, 살인, 납치, 승부조작, 누명 등 온갖 악질적인 막장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도둑놈 도둑님'의 오경훈 PD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어디서 시작됐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말극 주 시청층을 잡기 위해서는 막장적 요소를 넣지 않고는 어려운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 부분은 감안하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통쾌한 액션·코미디도 섞어…새로운 영웅도 찾아내

통쾌한 액션과 코미디도 등장한다. 과거의 콘텐츠들이 주로 '비장함'에서 막을 내렸다면, 최근 콘텐츠는 통쾌함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해졌다.

'도둑놈 도둑님'은 친일파 후손을 단죄하기 위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도둑 J'로 변신해 의적 홍길동처럼 활약하게 된다. 정치인의 비자금을 훔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재벌의 비리를 파헤치는 '도둑 J'의 활약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코미디도 양념으로 곳곳에 잘 배합됐다.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 군함도(하시마 섬)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액션이 주를 이룬 작품으로, 배우들은 촬영을 앞두고 액션 연습에 심혈을 기울였다.

앞서 등장했던 일제시대 배경 영화 '암살', '밀정'과 비교해 고강도의 액션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이 액션을 사랑하는 감독인 만큼 그가 그리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도 '몸으로 말하는 장면'들이 강조될 전망이다.







새로운 영웅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과 촬영에 한창인 '자전차왕 엄복동'은 모두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지만, 일제시대 활약했던 실존인물을 조명한 작품이다.

'군함도'가 역사적 사실 위에 창작된 이야기를 그린 반면, '박열'과 '자전차왕 엄복동'은 실존인물을 찾아내 그들의 영웅적인 스토리를 통쾌하게 조명한다.

'자전차왕 엄복동' 제작진은 16일 "역사적 사실 위에 스포츠 영화 특유의 통쾌함을 더하고, 코미디도 버무렸다"고 설명했다.







◇'감상적인 민족주의'는 경계해야…결국은 탄탄한 스토리

스포츠에서 한-일 국가대항전이 언제나 큰 관심을 받듯,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다룬 이야기 역시 기본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그런 면에서 '감상적인 민족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 나온다. 또 역사적 사실만 나열하거나, 이분법적 선악 구도에만 기대서는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로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카고 타자기'는 일제시대를 판타지로 요리해 드라마 소재를 확장시켰지만, 이야기 자체의 힘이 떨어지면서 시청률 1~2%에 머물고 말았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 "해방된 조선에서 마음껏 행복하십시오"라는 자막을 내보냈는데, 지지부진한 스토리로 막을 내리면서 그 감격스러운 문구가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은 15일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감성팔이, 그리고 소위 말하는 '국뽕'에 의존하는 영화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류 감독은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태도와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괴물을 만드는 것이냐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독립운동가라는 소재는 매력적이지만 결국은 탄탄한 스토리가 관건 아니겠냐"며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결국 스토리로 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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