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리는 천사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트라우마와 문학, 그 침묵의 소리들 = 문학평론가인 왕은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가 트라우마를 다룬 문학작품들을 되짚는다.
'오이디푸스 왕'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질투 이야기가 아니라, 기구한 운명에 처한 인간의 트라우마와 절망에 관한 이야기다.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달리 해석한다. 희생이라는 선의에 가려진 희생하는 자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내면에 새겨진 상처의 흔적이 어떤 형태로 표출되며 삶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해답을 문학에서 얻고자 한다. 알렉시예비치의 '목소리 소설'에서 문학이 오늘날 트라우마를 증언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는다.
"전쟁 중에 10만도 아니고 100만도 아니고 2천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문학이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존재해야 한다면, 그것을 위해서 문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기존의 장르로는 안 되니 다른 장르를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목소리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는 증언의 형태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트라우마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근대에는 더 적합한 형태의 양식이 아닐까."
현대문학. 496쪽. 1만5천800원.
▲ 중얼거리는 천사들 = 1995년 국민일보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해석 시인이 12년 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시집. 72편을 묶었다. 과장과 미사여구 없는 시들은 일상의 편린들을 펼치며 살아온 날을 반추하고 그 허망함을 드러낸다.
"서로가 이만큼씩 떨어져 살아/ 이 세상이라고 띄어 쓰는가/ 그런 것들이 비로소 한데 모여/ 저세상이라고 붙여 쓰는가// 더는 춥지 말자고/ 더는 외롭지 말자고/ 더는 헤어지지 말자고" ('띄어쓰기에 맞게 쓴 시' 전문)
문학동네. 152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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