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도루 저지' SK 포수 이성우 "하늘이 우리를 도왔다"

입력 2017-06-1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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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도루 저지' SK 포수 이성우 "하늘이 우리를 도왔다"

"KIA에 남아 있었다면 선수 생활 끝났을 것…감격스러운 경기"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4-3, 한 점 차로 앞선 위태로운 9회초 1사 1, 3루, SK 와이번스 포수 이성우(36)는 2루로 향하는 양성우(한화 이글스)를 멋진 송구로 잡아냈다.

3루 주자를 '눈'으로 묶는 노련함까지.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포수의 완벽한 방어였다.

이성우는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 9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경기 끝까지 홈플레이트 뒤를 지키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만난 이성우는 "아,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은 그에게 무척 의미가 큰 경기였다.

2005년 SK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이성우는 한 차례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2008년 5월 4일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올해 4월 7일 다시 SK로 유턴했다. 이성우는 후배 포수 이홍구, 외야수 윤정우, 노수광과 함께 SK로 왔고, 포수 김민식, 외야수 이명기, 내야수 최정민과 노관현이 KIA로 옮겼다.

이성우는 트레이드된 후에도 SK 유니폼을 입고 1군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

14일 이홍구가 부상을 당해 2주 진단을 받으면서 15일 이성우가 1군으로 올라왔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15일 한화전에 이성우를 선발 포수로 내세웠다.

9년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친정, 얼굴을 아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이성우는 "선발 박종훈, 마무리 김주한 모두 공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오늘 호흡을 맞췄다. 투수가 원하는 볼 배합을 하려고 했으니까, 오늘 승리는 후배 투수들의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이의 평가는 다르다. 힐만 감독은 "이성우가 박종훈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도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종훈도 "이성우 선배가 마음 편하게 던지게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9회초 도루 저지는 '결정적'이었다.

한 점 차로 뒤진 1사 1,3루 기회를 맞은 팀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위기를 맞은 팀 포수는 1루 주자가 도루 시도를 해도 3루 주자를 의식해 제대로 송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성우는 "상대가 위장 스퀴즈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3루 주자를 주시했다"며 "눈으로 3루 주자를 묶은 덕에 양성우가 2루 도루를 시도할 때 머뭇거리지 않고 2루 송구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성우가 2루 송구를 할 때, 3루 주자 김원석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성우가 회심의 도루 저지를 성공한 뒤에도 SK에는 위기가 있었다.

마무리 김주한이 연속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는 정교한 타자 정근우가 들어섰다.

이성우가 김주한에게 말했다. "하늘은 우리 편이다. 가운데로 던져라. 책임은 내가 진다."

김주한의 정근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하늘이 아닌 이성우가 김주한과 SK를 도왔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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