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교수 "주변서 강요하면 안 될 일"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대 교수들이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난 동료 교수에게 공개 사직 권고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 국문과 한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 14일 국문과 교수들이 회의를 열어 표절 논란을 빚은 박모(54)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논문은 박 교수가 2005년 국제비교한국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비교한국학'에 실은 '한국근대문학과 번역의 문제' 등 4편이다.
이 논문은 조재룡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2004년 발표한 논문 일부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박 교수는 지난해 초 논문을 자진 철회했고 학회는 논문 취소 결정을 했다.
박 교수가 2004년과 2008년 '한국현대문학연구'에 실은 논문 2편도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무단 인용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2007년 '비교문학'에 발표한 논문 역시 다른 연구자의 논문 일부를 인용 표시 없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국문과 관계자는 "학과 명예가 실추됐고 구성원들이 상처받고 있다"며 "학과가 아무런 태도도 취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으로 생각해 사직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한 것이 해당 논문이 발표된 시점이 '징계 기한 3년'이 넘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표절이 사실이더라도 교수 징계는 3년 이내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그는 "현재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보된 박 교수의 논문 중에는 최근 3년 안에 발표된 논문도 여러 건 있다"며 "학문적 자긍심을 지녀야 하는 학자들로서 더는 문제를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실성위는 지난해 말 논란이 된 논문 4편을 포함해 박 교수의 논문들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표절 의혹으로 제소된 박 교수의 논문은 20여 편에 달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아직 학교에서 공식 연락을 받은 게 없다"며 "(사직이) 권고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주변에서 강요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같은 학과 교수들이 연구진실성위원회 판단이 나오기 전에 사직을 권고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서울대에서는 2013년 정치외교학부 모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나 학교를 떠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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