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미국 통상압박 강화 우려"
"주가 여전히 안 비싸…중소형주 각광 받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가치투자'의 대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올해 하반기 국내 경기 상황이 상반기보다 녹록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허 사장은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로 국내 기업 실적이 상반기 추정치보다 줄어들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 조치보다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가 더욱 큰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매출을 포함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주가가 오른 이유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 실적이 18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정 때문인데, 기업 매출이 감소하면 대단한 패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자국 가전업체인 월풀이 청원한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는 또 철강, 알루미늄에 이어 반도체도 안보를 이유로 세이프가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허 사장은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인 2,200을 돌파해 랠리를 펼치면서 주도 업종이 없는 순환매 장세를 보여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렸고 한 번 더 올리면 한국보다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계심은 당연히 커진다. 증시도 신고가가 계속되면서 투자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원화 강세 국면이니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한은이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겠지만 그런데도 장기적으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화 강세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 한은은 금리를 내릴 수는 없고 올리거나 제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사장은 그러나 "증시 강세 국면은 아직 진행형"이라며 "전반적인 주가 수준은 아직 비싸지 않다는 판단이어서 이런 조정기에 투자할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증시에서 두각을 보일 종목으로 중소형주를 지목했다.
그는 "지금까지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는 장세여서 대형주가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싸 보인다. 앞으로 시장이 오르려면 개인투자자 자금이 증시로 들어와야 하고 그렇게 되면 중소형주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허 부사장은 "지난 6개월간 내리 상승한 삼성전자[005930]도 조정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펀더멘털을 보면 아직 비싸지 않아 거품(버블)은 아니라는 판단이어서 전체 운용자산의 10% 정도의 비중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자산운용이 굴리는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주식형 펀드 운용자산 4조7천억원에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일임자산까지 포함하면 12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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