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업 60년] 스토리로 되살아난다

입력 2017-06-18 07:30  

[원양어업 60년] 스토리로 되살아난다

구술 증언 보고서 발간…영화화·문화콘텐츠로 활용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1957년 부산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19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핵심 산업이었다.

미지의 해역을 개척했던 바다 사나이들은 목숨을 걸고 넘실대는 파도와 싸우며 국가 경제발전을 이끈 산증인들이다.

초기 원양어장을 개척했던 그들이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으로 되살아난다.






부산시는 원양어업 60년을 맞아 원양어업의 산업적 명성을 되찾고 원양어선과 선원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원양어업 스토리 메이킹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말 부경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원양어업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방안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원양어업 초기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오대양을 누볐던 원양 어선원들의 애환과 만선의 환희 등 원양어업 역사, 문화, 감동을 전할 이야기들이 담겼다.

부산수산대 실습선 백경호 선장을 지낸 이인호씨, 원양산업협회 회장을 지낸 장경남씨,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무역협회장을 역임한 김재철씨 등 16명의 원양어선원이 생생한 구술 증언을 했다.

사모아와 대서양을 누볐던 조계환씨는 조업 중 예기치 않게 낚시에 걸리는 해양생물 가운데 바다거북은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 번은 길이 1.5m, 폭 1m의 큰 바다거북이 걸렸는데 거북 등에 날짜와 배 이름을 페인트로 적고 술을 먹여 예를 갖춘 다음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며 "거북을 신성하게 여겼던 우리의 전통신앙이 종교를 떠나 원양어선원들에게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1970년 북양트롤어선의 이등항해사로 선상생활을 시작한 김종익씨는 북양 파도에 놀란 일등항해사가 갑자기 하선하는 바람에 바로 일등항해사로 진급했고 다시 1년 만에 선장이 돼 만선의 성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배가 300t짜리였는데 만선을 하면서 고기만 300t 이상 잡았을 것"이라며 "당시 논밭이던 부산 대연동의 집 한 채를 살 정도의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인도양 참치잡이 연승어선 선장 강석순씨는 "조업 중 배에 불이 나 탈 만한 것은 모두 다 타고 조타실과 엔진만 겨우 남았다"며 "이후 무작정 동쪽으로 사흘간 항해해 아프리카 센트럴 섬에 도착하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참치잡이 어부로 반세기를 바다에서 살아온 이창식씨는 "조업을 하다가 적도를 지날 때는 음식을 해서 고수레도 하고 선원들끼리 간단히 술도 한 잔씩 나눴다"며 "당시만 해도 적도를 지나기가 어려워 통과 의례로 적도제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이들 원양어선원의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영화 '국제시장'이 피란 시절 부산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끈 것처럼 원양어선원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원양어업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어시장 초매식 풍경이나 마도로스의 삶 등을 연계한 원양어업 체험 투어를 마련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원양어업 스토리 소재를 이용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원양어업의 고향인 부산에서 원양어업의 개척정신을 되살리고 원양산업 이야기 자원을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osep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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