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사진작가 안성진 "25년 동반자…베스트컷은 4집 '공존'"

입력 2017-06-16 15:07   수정 2017-06-16 15:25

윤종신·사진작가 안성진 "25년 동반자…베스트컷은 4집 '공존'"

함께 한 25주년 기념 사진전 '달램'…"2~10집 필름 사진만 모아"

윤종신 "안성진의 카메라 앞에선 제 남성성이 나왔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25년간 한 사람은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한 사람은 피사체가 됐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한 컷마다 두 사람의 추억과 에피소드가 먹물처럼 아련하게 스며있다.

가수 윤종신(48)과 그의 앨범 재킷을 25년간 작업한 포토그래퍼 안성진(50)의 이야기다. 20대, 각자의 분야에서 새내기 시절 만난 두 사람은 어느덧 중년이 됐고 중견으로 올라섰다.

두 사람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월간 윤종신' 사옥에서 함께 작업한 25주년을 기념해 사진전 '달램-안성진X윤종신'을 열었다. 안성진이 찍고 윤종신이 찍힌 사진 중 필름 카메라로 작업한 아날로그 사진만 모은 전시다.

1992년 윤종신의 2집 '소로우'(Sorrow)부터 마지막 필름 작업이던 2005년 10집 '비하인드 더 스마일'(Behind The Smile)까지 총 9장의 앨범 사진들로 안성진이 11x14(A4용지크기) 인화지 박스 30개에서 추렸다.

풋풋하면서도 촌스럽고, 때론 날카로워 보이는 청년 윤종신과 맞닥뜨리면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오래전 그날' 중)란 옛 멜로디가 절로 맴돈다.

전시회에서 만난 윤종신은 "2집부터 앨범의 포토그래퍼를 한 번도 바꾸지 않고 형과 작업해 25년 지기"라며 "필름으로 작업하던 때의 추억을 얘기하다가 전시를 열게 됐다. 디지털로 바뀌기 전, 카메라 셔터를 조심스럽게 누를 때의 작업들만 모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제목이 '달램'인 것은 사진으로 음악을 기록하고, 음악으로 사진을 찍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의미다.

안성진은 "살면서 힘들고 슬프고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윤종신과 음악을 듣고 작업하는 것이 해소의 방법 중 하나였다"며 "심적으로 위안이 되고 달램이 됐다는 생각에서 붙였다. 처음에는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출발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 대 사람으로 힘들 때 찾고 얘기하는 사이가 됐다"고 떠올렸다. 윤종신 역시 "형과의 작업은 나에게도 달램이었다"고 보탰다.

안성진을 사진작가로 전업하도록 이끈 사람도 윤종신이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촬영을 전공한 안성진은 전공을 버리고 음향 엔지니어로 일했고 이때 우연히 윤종신을 만났다.

안성진은 "엔지니어로 열심히 일하던 때 녹음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그래서 1992년 공일오비(015B) 라이브 앨범을 찍게 됐고 자연스럽게 (공일오비와 같은 소속사이자 공일오비 객원 보컬로 데뷔한) 윤종신과도 연결됐다"고 기억했다.

이때 미사리와 천호대교 밑에서 찍은 사진이 바로 윤종신이 고개 숙이고 있는 2집 재킷이다.





'베스트 재킷'으로는 두 사람 모두 '부디'가 수록된 1995년 윤종신의 4집 '공존'(共存)을 꼽았다. '공존' 재킷은 멀찌감치 자전거를 끌고 가는 윤종신의 모습이 복고풍의 흑백 톤에 담겼다. 안면도에서 촬영한 컷으로 윤종신의 얼굴 부분이 그늘져 드러나지 않았다.

안성진은 "'공존'은 복고가 콘셉트였다"며 "데모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음악과 가사에 빠져들었고 무드에 녹아서 작업해 윤종신의 얼굴보다 분위기 위주로 갔다. 이때의 감동으로 '종신이가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며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땐 사람들이 제 얼굴을 잘 모를 때였죠. 하하하. 저도 베스트 사진은 '공존'이에요."(윤종신)

1996년 '환생'이 담긴 5집 '우'(愚)의 재킷도 한옥이 있는 고풍스러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해 복고 무드를 이어갔다. 종로구 낙원동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안성진은 "당시 음악을 듣고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비주얼이 떠올라 그런 공간을 찾아갔다"며 "주로 음악을 듣고 이미지를 그려가는데 이후 뉴질랜드에서 찍은 사진은 내가 사기를 당한 케이스다. 스키를 타러 가자면서 이왕 가는 김에 카메라를 가지고 오라더니…"라고 웃었다.

1996년 6집 '육년'의 사진 배경은 뉴질랜드 퀸스타운이다.

윤종신은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여행 겸 촬영이었다"며 "콘셉트가 있는 촬영이 아니라 여행객 윤종신을 찍었다. 20년 전 퀸스타운의 파릇파릇한 풍경이 담겼는데 지금은 퀸스타운이 엄청 유명해졌지만 그때는 사람도 없고 스키장도 있고 진짜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해외 로케이션을 이어갔다. 2000년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때는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 2001년 9집 '그늘' 촬영은 말레이시아, 2005년 10집 '비하인드 더 스마일'에선 미국 뉴욕을 택했다.

안성진은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때는 홋카이도 촬영이었다"며 "삿포로에서부터 요코하마까지 내려가며 촬영했는데 일정과 이동 거리가 멀고 많이 추웠다"고 회고했다.

윤종신은 "오타루는 몇개월 뒤 이영애 씨가 조성모의 '가시나무' 뮤직비디오를 찍어 유명해졌는데 우린 소리소문없이 다녀온 것"이라고 웃었다.

"전시된 사진을 죽 둘러보니 정말 아련했어요. 어떤 사진에선 얼굴이 핼쑥해 보이는데, 그때도 크론병을 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프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으니까요."(윤종신)






트렌드를 빠르게 좇아가는 연예계에서 견고한 파트너십을 이룬 둘의 행보에는 무한한 신뢰가 깔려 있었다.

윤종신은 "내 얼굴각을 찾아준 사람"이라고 웃으며 "형은 섬세한 마초다. 마초적인데 소녀 같은 이중적인 면의 충돌이 매력이다. 그래서 1994~94년도에 정우성, 이정재를 가장 잘 찍는 사람이었고 여자도 남자처럼 멋있게 찍었다. 이 사람의 뷰파인더 안에 들어가면 내가 가진 남성성과 와일드함이 나왔다. 그런 것을 잡아내는 형의 눈은 남자 윤종신을 가장 잘 캐치했다"고 치켜세웠다.

안성진도 "윤종신은 모델로서 매력이 있다"며 "비주얼적인 매력보다는 음악적인 재능으로 본인이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써 내가 제시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자기 것을 표현하니 거짓이 아니었다"고 화답했다.

2008년 11집 '동네 한바퀴'부터 디지털카메라로 작업한 안성진은 윤종신이 2010년부터 매월 음원을 내는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까지 함께 하고 있다.

윤종신은 "11집부터 디지털로 작업한 사진을 모아 선보이는 구상도 갖고 있다"며 "그래도 돌이켜보면 아날로그 시절에는 밀착 인화가 나와 보러 갈 때의 기대감, 루페(확대경)로 보는 맛, '오케이' 컷에 파란색 스티커를 붙이는 재미가 있었다. 요즘은 찍어서 바로 보고 배도 집어넣는 등 보정도 하지만 이때는 결과물이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월간 윤종신' 이전과 이후로 작업 방식에 변화가 생겼지만 앞으로도 함께 걸을 생각이다.

윤종신은 "내 음악 인생은 '월간 윤종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음악을 죽 재워놨다가 한 번에 발표했던 17~18년, 매월 떠오르는 곡을 발표한 약 10년이다. 발맞춰 형의 사진 작업도 매월 진행됐고, 올해부터는 내가 곡을 보내주면 내 얼굴 없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있다. 서로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시에는 1990년대 함께 한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전시된 사진 속 시절을 함께 한 지인들이 초대됐다.

"제 음악을 좋아하는 세대도 1990년대 3집의 '오래전 그날'과 4집의 '부디' 세대, 2000년대인 10집의 '오래전 그날' 세대로 나뉘더라고요. 모두 1970~80년대 생들로 이젠 이들이 30대 이상이 됐으니 그분들이 전시회에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윤종신)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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