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참석으로 외국 출장중…'병사' 기록 소신 여전한 듯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서울대병원이 지난 15일 고(故) 백남기씨의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 일을 계기로 주치의였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의 심경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선하 교수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2016년 10월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그 후 외부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사람은 전공의 A 씨이지만, 백 교수는 당시 백남기씨의 주치의와 신경외과 과장을 맡으면서 A씨를 지도·감독하는 입장이었으므로 이번 사망진단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스승(교수)과 제자(전공의) 관계가 매우 엄격한 대학병원 특성을 감안하면, 명목상 사망진단서 작성자인 A씨가 사인을 '병사'로 기록하는 데에 백 교수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리라는 추정도 나온다.
백 교수 본인도 2016년 10월 서울대병원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특별위원회 기자회견 현장에서 "의료인으로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라며 "백남기 씨의 치료 및 진단서 작성 관련해 어떠한 형태의 외압은 없었고 소신대로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백 교수는 "2016년 7월에도 백남기 농민에게 급성신부전이 생겼으나 유족이 원하지 않아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못했다"며 이런 이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고 백남기씨의 사망종류를 '병사'로 표기했다"고 강조해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작성을 주치의의 권한으로 판단하고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1월 백남기씨 유족 측이 사망진단서 수정·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서울대병원은 백남기씨 담당 진료과였던 신경외과에 소명을 요구하고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 A 씨에게 수정권고를 요청했다. 전공의 A 씨는 이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백 교수는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외압 여부를 떠나 백 교수는 실제로 백남기씨가 병사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평소 백 교수의 성품을 고려했을 때 아무리 외부에서 백 교수를 비판해도 본인의 뜻을 굽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서울대병원 교수 역시 "백 교수는 특별위원회 기자회견과 국정감사에서 본인의 판단과 속내를 다 털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 측이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지만, 백 교수는 병사로 기록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의 수정이 완료됐으므로 백 교수 개인의 판단은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노동조합 등 병원 내·외부에서 나오는 비판이 백 교수 본인과 서울대병원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백 교수는 환자의 사망을 가족의 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사망진단서는 바로잡았지만 백 교수는 여전히 외인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책임자들 역시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백 교수는 이달 20일까지 학회 참석을 이유로 해외 출장을 떠난 상태이며 그 후에도 학회 참석 예정이 이어질 것으로 알려져 백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백 교수의 학회 참석은 미리 계획돼 있었다"며 "사망진단서 수정 날짜와 겹친 것은 우연이므로 확대 해석은 피해 달라"고 요청했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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