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설비투자 6.3% 급증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글로벌 경기회복과 수출증가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반도체와 기계 등 일부 호황 업종 중심이긴 하지만 경기 개선추세가 나타나면서 금융권의 시설자금 대출액이 40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8일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은행과 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 중 시설자금은 지난 1분기 말 현재 404조8천74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9조2천887억원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시설자금 대출액이 400조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작년 1분기 말과 비교하면 1년 새 42조3천902억원이나 급증했다.
은행은 작년 말보다 6조5천억 늘어난 377조5천970억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2조7천910억원 늘어난 27조2천774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산업대출 잔액 1천1조7천억원에서 시설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4%로 높아졌다.
이 비중은 작년 1분기 말 37.8%에서 작년 4분기 40.1%로 커지는 등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시설자금이 124조7천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부동산 및 임대업(108조3천억원)도 규모가 컸다.
시설자금 대출금의 증가는 설비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그동안 동결했던 설비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반도체 등 일부 활황 업종에서 시작된 설비투자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관건이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4.4% 증가했다. 작년 4분기(5.9%)의 증가율이 더 높았지만 이를 빼면 2012년 1분기(13.1%)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의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무려 14.4%에 달해 2010년 3분기(20.9%) 이후 6년 반 만에 최고다.
산업은행이 3천579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설비투자 동향을 조사한 결과 작년보다 0.5% 늘어난 181조8천억원 규모로 조사됐다.
특히 이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2015년 147조4천억원, 지난해 151억6천억원, 올해 157조원으로 설비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올해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설비투자비용이 작년보다 86%나 증가한 24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존 최대였던 2015년의 14조7천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부문이 설비투자 증가를 주도할 것이라며 지난해 2.3% 감소했던 설비투자가 올해는 6.3%나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여건이 개선돼 기업 투자 유인도 확대된 데다 신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 투자심리도 개선된 점이 설비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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