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새 정부 들어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경찰이 강도 높은 자체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외부 민간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10월 말까지 종합적인 개혁권고안을 마련키로 했다. 새 정부가 수사권 조정의 필수 전제로 인권 친화적인 경찰 구현을 요구함에 따라 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는 게 경찰 구상이다. 새 정부가 검찰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수사와 기소 분리 등 경찰의 숙원이 실현될 개연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 법학자 출신인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앞세워 검찰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면서 경찰이 상당히 고무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게 될 경우 경찰권의 비대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다. 지금은 검찰이 너무 비대해져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14만 명의 인력과 뛰어난 정보수집력을 갖춘 경찰이 수사권까지 갖추게 되면 '경찰 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킨 것은 외부 민간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합리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 외부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특히 19명의 위원 중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등 경찰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 위원회 발족식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은 뒤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또 앞으로 일반 집회 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고, 사용요건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했다. 개혁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경찰 인권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경찰 총수가 천명한 것 같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백 씨 사망에 대한 책임이 확인되면 사과하겠다던 경찰이, 전날 서울대병원이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자마자 태도를 바꾼 것은 보기에 딱하다. 과잉 대응 논란을 빚었던 '살수차'의 호칭을 '참수리차'로 개명하려는 것도 옹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출범한 개혁위원회 권고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무늬만 개혁'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최근 스스로 보인 '인권 행보'를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민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눈높이를 국민한테 맞춰야 한다. 우선 개혁위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알찬 방안들이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개혁위 활동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려고 하면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선에서 개혁위 권고안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혁위 권고안의 법적 근거를 따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찰 수장이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보다 더 강한 구속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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