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여기 이 그림에 사용된 테크닉은 어떤 거지?"
"와이키키 해변이 보이는 전망에, 실내 수영장이 있고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있는 하와이 호텔을 찾고 있어."
질문자가 묻지만 대답할 이는 보이지 않는다. 전화 통화도 아니다. 내 질문을 듣고 취향에 맞는 대안을 찾아주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의 대화 모습이다.
왓슨은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을, 2011년에는 미국 퀴즈 프로그램에서 챔피언을 꺾으며 인공지능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전문가 시스템 시장을 왕성히 개척하며 인공지능(AI) 확산의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영역은 의료 분야다. 2014년 미국종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왓슨의 진단 일치율은 대장암 98%, 직장암 96% 등 평균 96%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작년 말 이후 가천대 길병원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등이 왓슨을 도입해 진료를 시작했다.
이달 초 미국종양학회에서 IBM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임상시험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데 왓슨은 활용한 결과 참가자 선별 시간이 수작업 대비 78%나 줄었다.
왓슨은 쇼핑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 개발, 투자 판단과 포트폴리오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으며, 최근에는 도슨트(박물관·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사람)와 여행비서라는 새로운 직업도 얻었다.
IBM에 따르면 브라질 상파울루의 피나코테카 미술관은 최근 왓슨을 이용한 대화형 애플리케이션 '예술의 목소리(The Voice of Art)'를 개발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일반 오디오 가이드와 달리,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에 질문을 하면 왓슨이 대답을 내놓는 '나만의 도슨트'다.
여행을 갈 때도 일일이 정보를 찾아보며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다.
싱가포르의 여행회사 주마타(ZUMATA)는 왓슨을 이용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호텔 예약부터 근처 관광지 동선까지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스마트폰 앱에 사용자가 음성 또는 문자로 주문하면 왓슨이 50만 건이 넘는 자체 데이터베이스에서 고객의 필요에 맞는 정보를 추출해 대답한다.
헬스케어에서 도슨트, 금융서비스, 영화제작 영역까지 왓슨의 도전 분야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내년까지 왓슨은 비서로서 10억명의 '주인님'을 모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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