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양자통신의 핵심인 양자얽힘 실험에 세계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실용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중국이 지난해 8월 궤도에 올린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호는 최근 티베트고원의 1천200㎞ 떨어진 2곳의 과학기지에 얽힘 상태의 양자를 전송하는데 성공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도 양자얽힘의 공간적 거리가 1천200㎞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처음으로 증명했다며 중국의 실험성과를 확인했다.
양자중첩성(quantum entanglement)으로 불리는 양자얽힘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존재적으로 연결돼 있어 한 입자의 상태가 확정되는 즉시 다른 입자의 상태도 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물리학 용어다.
즉 두 입자가 항상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가정할 때 측정 전까지 두 입자의 상태를 알 수 없지만 한 입자를 측정하는 순간 그 입자 상태가 결정되면서 마치 그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것처럼 다른 입자 상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판젠웨이(潘建偉) 중국 과학기술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상 500㎞ 궤도의 묵자호에서 매초 800만쌍의 광자(양자의 한 종류)를 생성해 이중 한 쌍을 칭하이(靑海) 더링하(德令哈)와 윈난(雲南) 리장(麗江) 기지에 전송했다.
두 기지는 얽힌 상태의 광자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지상 광케이블을 통한 전송 속도보다 1조배나 빨랐다.
빠르게 이동하는 위성에서 보내진 양자를 지상 기지의 1m 크기 목표에 정확히 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이를 성공시킨 것이다.
묵자호 프로젝트를 이끄는 왕젠위(王建宇) 중국과학원 상하이기술물리연구소 교수는 "양자 시대를 향한 인류의 작지만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중국이 얻은 이번 성과는 다른 나라의 학자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인터넷 상에서 암호화된 얽힘 양자로 전송되는 메시지는 어떤 도·감청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양자통신은 중간에 도·감청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금융 및 개인신용정보가 오가는 금융망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의 토마스 젠와인 물리학 교수도 사이언스지에 "엄청난 성과"라며 "중국은 생각도 못한 과감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실용성과는 관계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600만개의 입자 가운데 한 입자만에서 이 같은 양자얽힘 전송에 성공했다는 점은 아직 기술적으로 난관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알레산더 링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중국 연구팀이 지상에서 받는 데 성공한 광자는 600만개중 하나일 뿐이고 공간적 거리도 양자통신을 실행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 연구팀은 앞으로 7천400㎞ 떨어진 중국과 오스트리아 사이에서 양자 전송 실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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