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농성장 10곳→15곳…靑 분수대 주변 1인 시위는 3배 늘어
종로구청 "수차례 계고한 농성장 위주로 조만간 행정대집행"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효석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가 있는 광화문 일대에 각종 민원을 제기하거나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시민단체와 경찰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집회·시위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청와대나 정부서울청사 인근 천막 농성장은 모두 15곳이다. 이들 가운데 5곳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새로 생겼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8월부터 5년 가까이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도 광화문광장 남쪽에서 3년째,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은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며 1년 5개월째 농성 중이다.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노조 모임인 투쟁사업장 공투위와 남북경협 비대위의 천막이,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인 광화문 KT 앞에는 원외 정당인 환수복지당의 천막이 지난 정부 때부터 설치돼 있다.
새로운 천막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속속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1호 민원'을 낸 실종 선박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청와대 인근 신교동 교차로 앞과 선사 폴라리스쉬핑이 있는 중구 와이즈타워 앞에 천막을 쳤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 노조를 주축으로 한 유성범대위, 전국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회복투), 민주노총 등도 청와대 코 앞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와 정부서울청사 앞, 정부서울청사 맞은편 시민열린마당 앞 인도 등지에서 농성 중이다.
청와대 인근에는 경북 봉화군 우박 피해 해결을 요구하는 농민 등 농성을 벌이는 개인도 3명이나 된다.
집회신고를 한 농성은 경찰도 문제로 삼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농성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단체로 행진을 시도하면 이를 막는 경찰과 마찰을 빚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경찰 입장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농성장이 증가한 것이 달가울 수 없는 이유다.
청와대 앞 분수대 주변 1인 시위도 하루 평균 20명가량으로 폭증했다. 이전 정부 때와 비교하면 3배 정도 늘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자체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지자체 허락 없이 설치한 농성 천막은 무단으로 도로나 인도를 점용한 불법 시설물이지만 새 정부가 집회·시위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천막을 강제로 걷어내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도로 불편 신고 등 민원이 이어져도 쉽게 강제 철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농성 천막이 보행 등 교통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아 여러 차례 계고장을 보내 자진 철거를 유도했다"며 "농성이 오래돼 여러 차례 계고한 농성장을 중심으로 조만간 즉시강제·행정대집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서울광장의 '태극기 천막'도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다"며 "농성 천막의 무단 도로점용 상황을 방치하면 천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제조치 방침을 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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