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이어 사우디에 자국군 파병 제안한듯…사우디, 우회 거절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카타르 단교 사태'의 중재자를 자처한 터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자국 군대를 파병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측은 이를 강하게 거절하면서 '불쾌'함을 표시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17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 "사우디는 터키가 우리 영토에 군사 기지를 주둔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터키군의 주둔이 전혀 필요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우디는 현재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테러리즘을 격퇴하고 중동의 안정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터키 인지를릭 공군 기지를 포함해 세계 여러 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5일 카타르에 이어 이번 단교사태의 또 다른 중재자인 쿠웨이트를 방문한 뒤 16일 사우디를 찾았다.
사우디 정부의 대변인실 역할을 하는 SPA는 그의 방문과 출국 사실만을 간단히 보도했을 뿐 양국 간 회담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SPA통신의 보도를 고려하면 차우쇼을루 장관은 사우디에 단교 사태가 군사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자국 군대를 사우디에도 파병하겠다는 뜻을 공식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터키 의회는 5일 사우디 등 아랍권 국가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자마자 7일 카타르에 군대 파병과 합동 훈련을 골자로 하는 파병안을 가결했다. 카타르는 이를 환영했다.
사우디는 이에 공식 대응하지 않고 SPA통신을 통해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로 파병 제안을 거절해 불쾌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터키는 단교 사태의 중재자로 나섰다가 긁어 부스럼만 만든 꼴이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단교 사태의 해법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차우쇼을루 장관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개입하고 있다. 현재로선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최근 포르투갈 방송에 출연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사우디에 터키 군기지를 세우겠다'고 제안했고 사우디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며 "그 뒤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차우쇼을루 장관은 "살만 국왕에게 '카타르에 대해 이제 온건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유용하다'고 말했고 터키 대통령의 중재 의지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살만 사우디 국왕 등 사우디 고위 인사들을 만난 뒤 17일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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