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완급조절 후 5회 마지막 타자에게 전력 투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놀라운 모습을 보인 것은 마지막 5회였다.
류현진은 팀이 7-2로 앞선 5회말 2사 2루에서 스콧 셰블러를 1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고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다.
류현진은 이미 99개의 공을 던진 상황에서 셰블러를 맞았다. 종전까지 류현진의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는 102개.
류현진은 성공으로 끝나든 실패로 끝나든 마지막 타자가 될 것이 확실한 셰블러를 상대로 구속을 끌어 올렸다.
100개째 공이자 셰블러에게 던진 초구는 93.2마일(약 150㎞). 이어 류현진의 101, 102, 104개째 공은 모두 94마일(약 151㎞)이 넘는 강속구로 채워졌다.
다저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0-2 대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5이닝 8피안타 7탈삼진 2실점 투구로 30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시즌 3승(6패)째를 챙겼다.
류현진은 이날 5회 94마일이 넘는 공을 연거푸 던지며 구속 저하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단지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았을 뿐이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로 2년간 공백기가 있었던 투수다. 2012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메이저리그 투수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9%는 아예 메이저리그에 복귀조차 하지 못했다.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고 돌아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복귀 첫 시즌을 치르는 류현진은 그러나 선발진 경쟁이 치열하게 돌아가면서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받았다.
구단의 불펜행 요구까지 감내해야 했던 류현진으로서는 더는 밀릴 수 없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몰렸다.
류현진은 지난 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1회부터 93.8마일(약 151㎞) 강속구를 던지며 7이닝 4실점으로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속구 구속이 90마일 초반대로 내려갔고, 이 여파 탓인지 지난 12일 신시내티전에서는 속구의 구속이 확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당시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에게 "구속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회에 장타 허용 비율이 높은 류현진에게 경기 초반부터 전력투구에 나설 것을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류현진에게는 과도한 요구나 마찬가지다. 류현진에게 올해는 사실상 실전 감각을 되찾기 위한 '재활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류현진은 사령탑의 이같은 요구와 승리가 절실한 상황에서도 이날 경기 초반 구속을 끌어올리는 대신 변화구 위주로 거의 매 타자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조심스러운 투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어깨가 완전히 풀리고, 승리 투수 요건의 마지막 한 타자를 남겨뒀을 때, 비로소 전력을 다해 던졌다.
류현진은 몸 회복을 우선으로 하는 투구로 어깨도 지키고 시즌 3승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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