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한복판 하와이 경보체계 보니…"오보 개의치 않아"

입력 2017-06-18 12:00  

'불의 고리' 한복판 하와이 경보체계 보니…"오보 개의치 않아"

하와이 재난대응담당관 "잘못된 경보보다 사람이 죽는 것이 끔찍한 일"




(하와이=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오경보는 두렵지 않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하후섬 다이아몬드헤드 분화구에 자리한 '하와이위기대응센터'(HI-EMA)에서 만난 주(州) 재난대응담당관 케빈 리처즈는 "잘못된 재해경보를 내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지상의 천국'으로 불리는 하와이는 사실 쓰나미 등 각종 자연재해를 항상 걱정하고 살아야 하는 섬이기도 하다.

이런 하와이의 재난대응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발언치고는 파격적인 것이다.

하와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해 '불의 고리'라고 칭해지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지진·화산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하와이에 0.1∼0.5m 높이의 '작은' 쓰나미가 몰려오기도 했다.

특히 하와이는 높은 파도가 뭍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줄 절벽이나 대형 암초가 거의 없어 쓰나미에 취약하다.






HI-EMA는 하와이에 함께 있는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PTWC)'와 연계해 재난재해 경보를 발령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곳이다.

PTWC는 1956년 미국 알래스카 리투야만에서 발생한 해저산사태와 대규모 해일로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치면서 이듬해 설립됐다.

이후 1960년 칠레에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인 9.5의 지진이 발생해 하와이에 해일이 덮쳐 61명이 목숨을 잃자 태평양 전역을 감시하는 경보체계가 PTWC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현재는 환태평양 어느 곳에서 지진이 일어나도 5∼10분 이내에 발생위치·규모 등을 담은 첫 경보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체계가 고도화됐다.

첫 경보를 발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95년 약 70분에서 2010년 현재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HI-EMA에서 고도화한 경보체계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를 운영하는 공무원들의 자세였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작년 12월 12일과 14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3.3 지진이 일어났을 때 3분여 만에 대국민 문자통보를 시행했다.

기상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으로는 단 50초 안에 지진 발생위치·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다.

HI-EMA와 PTWC처럼 환태평양 전역을 감시하고 경보를 내릴 수준까지는 안 되지만 기상청도 국내에서 발생하거나 국내에 영향을 주는 지진은 상당히 빠르게 알릴 수준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보체계가 고도화되는 것과 반대로 기상청 등 재난재해 관계기관 공무원들의 '속앓이'가 최근 깊어지고 있다.

작년 경주 대지진 이후 재난재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경보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함께 요구되면서 첫 경보가 조금만 늦어도, 경보의 내용이 조금만 틀려도 비난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HI-EMA에서 만난 케빈 리처즈 재난대응담당관은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도 잘못된 경보를 내렸을 때 비난을 듣는다"면서도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경보시스템 특징이 지진이 발생하면 하와이에 영향을 미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일단 경보를 보낸다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리처즈 담당관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지진 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을 때 경보를 내리는 것 외에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오보를 낸 적이 있다"면서 "우리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사람이 죽는다면 이는 오보보다 더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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