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된 아기 시신 2구의 미스터리

입력 2017-06-18 12:44   수정 2017-06-18 16:17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된 아기 시신 2구의 미스터리

친모가 2014년, 2016년 낳은 두 딸 유기…아무도 몰라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냉장고 냉동실에 아기 시신 2구를 보관한 친모의 행적이 최초 발생 3년 만에 드러나면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지난 17일 친모 김모(34·여)씨의 동거남인 A씨 여동생의 신고 전까지 김씨 외에 아기 시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일은 냉장고에 아기 시신이 유기됐다는 점에서 2002년과 2003년 서울의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인이 당시 자신이 낳은 아기 2명을 살해한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과 비슷하다.

프랑스인 부부도 아기를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는데 발생 3∼4년이 지난 2006년 7월에 알려졌다.


18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2014년 9월과 지난해 1월에 출산한 두 딸을 부산 남구에 있는 동거남 A씨의 집 냉장고 냉동실에 유기했다.

아기의 시신은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겨 냉동실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이 집에는 김씨를 비롯해 A씨의 78세 노모 등 셋이 함께 살고 있었다.

노모의 거동이 불편한 탓에 살림의 대부분은 김씨가 도맡아 냉장고 사정을 아는 사람은 김씨가 유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A씨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3년 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해 지난해 4월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경찰에서 평소 김씨의 체형에 큰 변화가 없고 냉장고 사정을 알지 못해 이번 일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원룸에 살던 김씨는 동거하기 전까지 이사도 한 번 이상 했는데 이삿짐을 싸는 과정에서 아기 시신의 존재를 숨겼다.

아기의 시신을 직접 종이박스에 담아 옮겨 이사업체조차 이를 수상한 낌새를 알 수 없었다. 아기 시신의 존재를 알 수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2014년에 출산한 아기는 병원에서 출생증명서까지 받아 출생신고의 대상이었는데 이후 3년간 존재 자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출산 후 한 달 내에 관할 지자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고 그 기간이 늘어나면 과태료가 더 늘어난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2014년 9월 첫 번째 아기를 병원에서 출산한 뒤 남구 인근 수영구 자신의 원룸에 데려왔나 제대로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했으나 키울 여력이 안 돼 이틀간 방치했고 결국 숨져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월의 아기는 김씨가 직장 근무 중 조퇴한 뒤 자신의 원룸 욕실에서 샤워하다 출산했다.

김씨는 아기를 출산한 뒤 곧바로 기절했으며 새벽 2시에 깨어나 보니 아기가 숨져있어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두 아기의 생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곳에 시신을 유기하면 누군가 발견해 들통이 날까 봐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비롯해 주변에 연관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친모 김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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