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야당이 반대해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과 뒤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 등을 위해 외교부 장관 임명을 더 늦출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현 대변인은 "70년 만의 첫 여성 외교부 장관 임명을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강경화 장관 임명을 더는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고 엄호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폭거" "협치 포기선언"이라며 일제히 성토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협치 포기선언"이라며 "국민 눈에 어떤 결격사유가 있어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의미"라고 각을 세웠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인사청문회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력화시켰다"며 "오직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제왕적 행태만 있을 뿐 협치도, 국회도, 국민도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도 "협치를 거부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안경환 후보자의 사퇴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과 5대 인사원칙의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어떠한 사과도, 아무런 인사원칙 개선 방안도 내놓지 않고 강 장관의 임명만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함에 따라 대선 후 한때 조성되는 듯했던 여야 간 협치 기류가 소멸하는 분위기다. 당장 여야의 정국 대치는 심화하고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 등 국회에 계류 중인 현안도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줄줄이 대기 중인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 특히 음주 운전 논란에 휩싸인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논문표절 의혹을 받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은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을 게 뻔하다. 대치 정국이 풀리지 않는 한 민주당(120석), 한국당(107석)·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의 의석 분포상 김 헌재소장 후보자의 인준동의안은 본회의 표결이 이뤄져도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다.
여야 협치 없이는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국운영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문제로 금이 간 협치 정신을 되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 대통령도 강 장관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인사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선전포고라든지 강행이라든지 또 협치는 없다든지, 마치 대통령과 야당 간에 승부,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참으로 온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어쨌든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서 드러났듯이 조각 과정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는 금주부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단 기대할 만하나 이것만으로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인사검증의 허점과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또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 인사검증 책임자들도 국회에 나가 잘못된 점은 시인하고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야당도 비판할 건 비판하되 협조할 것은 과감히 협조해 새 정부가 조속히 국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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