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활동가도 객석에서 "당신들은 괴벨스" 목청…극장 밖에서는 시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최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듯한 주인공이 암살당하는 장면으로 논란이 된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도중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진영 활동가가 무대에 난입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이 연극이 상연되던 도중 극우 성향 매체 '레벨 미디어' 직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로라 루머(24)는 갑자기 "트럼프에 대한 폭력"이라고 외치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루머는 극 중 시저가 암살되는 장면에서 "우파에 대한 정치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중단하라. 이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소리를 지르며 이같이 행동했다.
미국 보수진영 활동가들의 공연 방해 소동 [유튜브 캡처] [https://youtu.be/a39JswIqrHc]
관객들이 "무대에서 나오라"며 루머에게 야유를 보내는 동안 객석에서는 또 다른 소란이 이어졌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보수 활동가 잭 포소비억이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들은 모두 괴벨스다. 당신들의 손에 스티브 스컬리스의 피가 묻어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스컬리스는 지난 14일 버지니아 주 야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증오한 제임스 T. 호지킨슨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공화당 원내 총무다. 범인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했다.
연극은 잠시 중단됐고 두 사람은 보안요원에 의해 극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뉴욕타임스(NYT)는 루머가 끌려나가면서도 "당신들은 이슬람국가(IS)만큼 나쁘다. 진보진영의 이 같은 폭력 때문에 이번 주 한 의원이 버지니아에서 총격을 입었다"고 계속 목청을 높였다고 전했다.
루머는 경찰에 체포됐다가 곧 풀려났다.
포소비억은 루머와 친구 사이지만 이번 일은 사전에 계획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의 실시간 영상서비스인 페리스코프에서 줄리어스 시저 공연을 방해하는 사람에게 1천달러(약 113만원)를 주겠다는 게시물을 보고 행동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극에 대한 항의는 극장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이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 인근에서 '출연진을 규탄한다' '공연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 시저가 정적들에게 암살을 당하는 장면이 마치 대통령 시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주니어 트럼프는 연극을 비꼬는 트위터를 남겼고, 델타항공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이 연극에 대한 후원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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