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골프 모르지만, 그 이상의 편안함을 준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동생은 골프를 잘 모르고, 코스 공략은 내가 다하지만 그 이상의 편안함을 준다"
프로 데뷔 8년 만에 18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정환(26)이 활짝 웃었다.
지난주 데상트 코리아 먼싱웨어 매치 플레이에서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고 카이도시리즈 골든 V1 오픈(총상금 3억원)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정환은 2009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코리안투어와 챌린지투어(2부) 등을 전전긍긍했다. 2015년에는 상금 순위 150위, 지난해에는 127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지난 4월 카이도시리즈 2017 유진그룹/올포유 전남오픈 공동 5위에 올랐고, 지난달 SK텔레콤 오픈에서는 공동 8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데상트 코리아 먼싱웨어 매치 플레이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는 등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올해 달라진 게 있다면 캐디였다.
지난해까지는 전문 캐디에 골프백을 맡겼지만, 올해에는 골프도 잘 모르는 친동생(정훈·23)에게 백을 부탁했다.
그는 "동생이 군 전역 이후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내가 먼저 캐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정환은 "동생이 골프를 잘 몰라 코스에서도 바람 부는 방향 정도만 물어보지 그 이상으로는 물어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형제의 힘은 강했다.
"내가 조금씩 힘들어할 때 동생이 '뭐가 힘들어?' 하고 툭 친다. 동생이랑 어릴 적부터 너무 친했기 때문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부분이 있다"고 이정환은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 공략이나 다른 부분은 내가 다 해야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동생은)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동생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이정환은 '캐디피'로 "동생이 복학할 때 학비를 내줄 것"이라며 "동생이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할 예정"이라고 웃었다.
이날 그는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응원 온 엄마를 꽉 부둥켜안았다. 부모님, 친구 등 지인들이 총출동하며 가족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이날은 할머니의 생신. 그는 "힘들 때마다 광주에 계신 할머니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고 기뻐했다.
이정환은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사실 오늘 제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면서 "힘들 때마다 타수 차이가 있으니 잘하자고 계속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김승혁과 2주 연속 연장을 치르게 된 데 대해서도 "꼭 승혁이 형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이겨서 우승을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다. 앞으로 우승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내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빨리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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