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기도…"자극적 묘사에 머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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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학교 폭력 사건이 재벌과 연예인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아이들의 폭력과 부모인 어른들의 전형적인 '갑질', 학교 '방관' 등이 결탁한 학교 폭력은 그간 드라마에서 종종 다뤄져왔다. 이러한 사례와 논란이 현실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났음을 반영하는 것인 동시에, 그 자체가 극성이 높은 '막장 드라마'의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다뤄진 학교 폭력 사례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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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 가해자로 바뀌기도…극단적 상황까지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가해자들의 집단 거짓말이 작용하기도 하고,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못한 피해자가 '복수'를 하러 나섰다가 바로 가해자가 된다.
지난해 방송된 tvN '기억'에서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들의 집단 거짓말로 인해 일방적인 폭력 가해자로 둔갑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배경이 된 학교는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우수학교'였고, 오랜 기간 피해자를 집단으로 괴롭혔던 가해자들은 거짓말로 피해자를 도둑으로 몰아세웠다. 피해자는 복수를 위해 돌멩이를 휘둘렀다가 가해자가 되고, 자살 시도까지 한다.
2013년 KBS 2TV 4부작 '시리우스'는 주인공이 학창시절 학교에서 '일진'에게 단골로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였다. 그의 쌍둥이 형은 동생을 괴롭히는 놈을 손봐주러 나섰다가 그만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드라마는 이 엄청난 일이 이후 이들 쌍둥이 형제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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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SBS TV '상속자들'에서는 재벌가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왕따 폭력'이 그려졌다. 대부분이 재벌가 자제지만, 일부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입학한 학생들이 있는 이 학교에서는 그 '사회적 약자' 출신 동급생을 하인 부리듯이 하고, 밥 먹을 때도 괴롭히는 일이 동급생들과 학교의 묵인 속에 매일같이 벌어졌다. 심한 괴롭힘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결국 정신이 피폐해진 채 학교를 그만두고 전학을 간다.
2012년 MBC TV 2부작 특집극 '못난이 송편'은 왕따, 학교폭력을 조명하면서 그러한 폭력의 역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고발했다. 자신이 맡은 학급의 집단 따돌림 문제와 직면한 신임 교사가 사실은 13년 전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의 당사자였음이 드러난다. 드라마는 과거의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들이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를 보여주면서 과거와 오늘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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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갑질…학교는 방관하거나 공모
아이들의 문제는 곧잘 어른들의 문제로 넘어간다.
2015년 MBC TV '앵그리맘'은 자신의 딸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에 눈이 뒤집힌 젊은 엄마가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딸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딸이 다니는 학교에 위장잠입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왕따로 인해 자살사건까지 벌어지고 피해자가 살해 위협을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을 학교가 묵인하자 엄마가 나선 것이다.
같은 해 방송된 MBC TV '여자를 울려'도 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형사였던 여주인공은 학교 폭력으로 아들이 죽자 또래 친구들이라도 보기 위해 형사를 그만두고 아들이 다니던 학교 앞에 식당을 연다. 그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감춘 채 씩씩하게 식당을 운영하면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품어 안는다.
'앵그리맘'과 '여자를 울려'의 배경이 된 학교 모두 각종 사학비리가 벌어지고 있고, 이사회는 물론이고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학교 폭력 앞에서 그저 '쉬쉬'할 뿐이다.
2015년 tvN '시그널'에서는 실제 현실에서 벌어졌던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뤘다. '금수저'인 가해자들은 힘 있는 부모 뒤에 유유히 숨어버리고, 피해 여고생을 그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흙수저' 남학생이 오히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소년원에 들어갔다.
이밖에 KBS 2TV '학교' 시리즈 등 청소년, 청춘 드라마에서는 학교 폭력이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19일 "학교 폭력이 실제로 현실에서 큰 문제인 만큼 아이들이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주요 소재로 다루게 된다"며 "다만, 자극적인 묘사에 머물지 않고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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