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의견수렴·검토하겠다"더니 8일 만에 본인 서류 제출
IOC 위원 추천위원회→집행위원회→총회 과반 얻어야 선출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대한체육회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입후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19일 "이 회장의 IOC 위원 입후보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지난 16일 국제우편으로 IOC 위원 선출위원회에 보냈다"고 했다.
IOC 위원 선출위원회는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수십 명의 IOC 위원 후보자의 신청서를 받아 자격 등을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한 후보를 대상으로 IOC는 7월 8∼9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IOC 위원 후보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집행위원회가 추린 최종 후보자는 오는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전체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야 마침내 IOC 위원이 될 수 있다.
체육회는 1차 심사 기구인 IOC 위원 선출위원회의 심사 종료 시한이 임박해 서류 제출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 이사회는 지난 8일 이 회장에게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자격 IOC 위원 후보 추천 권한을 위임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IOC 위원 후보 추천을 받은 이 회장은 "그동안 거명된 국내 IOC 위원 후보자들을 검토하고 IOC 위원을 역임한 NOC 위원장을 비롯한 역대 회장들의 의견을 들은 뒤 충분한 내부적 검토를 거쳐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 IOC 후보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이 회장이 일주일 남짓 검토 기간을 거쳐 결국 자신을 IOC 위원 후보로 추천함에 따라 일각에서 우려하는 '셀프추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체육회 측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우리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거물급 인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NOC 수장인 이 회장이 IOC 위원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의 IOC 위원 입후보에 자격 문제는 없다.
현재 한국인 IOC 위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에 선수 위원으로 당선된 유승민 위원 등 2명이다.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이 불가능해 사실상 유승민 위원만이 우리나라를 대변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의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이라 이 회장이 IOC 위원이 되면 유 위원과 함께 한국 스포츠의 세계적 위상 제고에 앞장설 수 있다는 게 체육회 측의 판단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체육계 인사들은 이 회장과 체육회가 절차상 정당성을 확보했더라도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얼굴'로 활동할 IOC 위원 후보 선출과 같은 큰 사안을 투명한 의사 결집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정했다고 지적한다.
공론의 장에서 적합한 후보를 추천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건너뛴 채 결국 이 회장 '셀프추천'으로 귀결되면서 체육계 민심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새 정부의 당면한 국정과제 중 하나인 상황에서 IOC 위원 추천을 두고 정부와 체육회가 사전에 교감을 이뤘는지도 불분명하다.
IOC 위원의 정원은 총 115명이다. 개인 자격 70명, 선수 위원 15명, 국제경기단체(IF) 대표 15명, NOC 자격 15명으로 구성된다.
체육회는 최근 조양호 전 부회장을 꾸준히 추천했으나 IOC 위원 선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NOC 자격 IOC 위원 정원 15명 중 2자리가 공석이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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