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불법수사 방지…재판단계에 관여하는 국선변호인과 달라"
"국선변호인보다 예산 10∼20배 필요할 수 있어…단계적 도입"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경제력이 없는 피의자의 경우 수사 단계부터 국가가 변호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 기자실 정례브리핑에서 "수사 단계부터 고문, 자백 강요 등의 인권침해 행위나 불법수사가 없도록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국선변호인 제도는 수사 단계에는 관여하지 못하고 재판 단계에서 관여한다"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최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익산 택시기사 살인 재심사건 등에서 밝혀졌듯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자백 강요 등 불법수사로 인한 인권침해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수사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선변호인이 사정을 모르고 변론을 해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국선변호인 제도를 업그레이드한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미국에서 1964년 모든 국민이 경제력과 관계없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려고 시행된 제도"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 제도로 수사단계의 인권침해 행위와 불법수사를 근절, 형사소송 절차에서의 인권 존중 문화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독립적인 공공변호기구를 설치, 사회적 약자가 제대로 된 변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국정기획위 박범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은 올해 이 제도의 이행방안을 검토하고, 내년에 입법을 마무리해 2019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예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행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박범계 위원장은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미국의 공공변호인제도의 경우 (국선변호인제에 비해) 비용 면에서 10∼20배 차이가 난다"며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 번에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450억 원 가량이라고 국정기획위 측은 전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어느 정도를 '경제력이 없는 피의자'로 볼 것인지 등 범위를 정하는 문제에 따라 예산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변호인제도가 정착하면 국선변호인제는 사라지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단계적 시행이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며 "또 공공변호기구가 생겼을 때 법률구조공단의 역할이 어떻게 될지 등도 향후 검토과제"라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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