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 폐지는 불안·불확실성 늘려…원래 취지대로 규제"
교수-출판사대표 겸직 논란에 "무보수 비상근…겸직허가 안받은 것 송구"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내세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경기교육감 선거 당시에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이유로 이들 학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09년 민선 경기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로 나선 당시 이명박 정부의 '돈 교육'을 심판하기 위해 출마했다며 '7대 정책방향'과 '10대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은 대부분 학생·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있게 공교육을 강화하고 중산층·서민·소외계층 자녀들이 더 많은 교육기회를 누리게 배려하는 한편, 사교육비가 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외고·자사고 문제에 관해서는 지금과 입장이 다소 다르다.
그는 10대 공약의 하나로 "특목고와 자사고는 원래 취지대로 엄격히 규제돼야 한다"며 특목고·자사고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들 학교를 없앨 경우 발생할 교육현장의 혼란도 우려했다.
김 후보자는 "자사고나 특목고를 일거에 폐지하는 것은 교육현장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존재하는 교육 수요에 부응하는 선에서 특목고와 자사고의 규모는 당분간 유지·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 공·사립학교 등 공교육 혁신과 그로 인한 공교육의 학력 강화로 특목고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펴나가겠다"며 "특목고 수요를 촉발하는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전국 시·도 교육감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특목고·자사고를 늘리면 학교 간 서열이 생기고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지금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이들 학교의 폐지 자체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김 후보자가 민선 1·2기 경기교육감을 지낸 2009∼2014년에는 외고·자사고 폐지와 관련해 교육감의 권한이 형식적으로는 지금보다 컸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외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면 됐다.
이 '협의'가 필수 절차인지 혹은 단순한 요식적인 절차인지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교육부는 교육감이 장관 '동의'를 얻도록 2014년 시행령을 개정했다.
일부 학부모 단체와 교원 단체는 공교육 내실화를 추구하면서도 교육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외고·자사고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당시 공약이 현재 교육환경에 더 들어맞는다고 지적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입시 위주 교육이 문제라지만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외고·자사고뿐 아니라 일반고의 책무이기도 하다"며 "공교육 강화로 특목고 수요를 줄여가겠다는 (김 후보자의 당시) 공약이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현재의 특목고·자사고가 처한 환경은 당시와 비슷하지만 달라진 것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상황"이라며 "외고·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혼란이 생기는 것은 지금도 똑같고 특목고 폐지가 곧 일반고 강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외고·자사고를 유지하고) 일반고의 공교육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당시 공약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2008년 한신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시민단체 소속 출판사인 '도서출판 노기연'의 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공무원법 등은 국·공립대 교수가 사기업 사외이사직 외에 영리단체 운영이나 영리목적 겸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시민단체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에서 나온 결과물을 출판하고자 출판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연구소 소장이던 김 후보자 명의로 등록한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무보수 비상근직이었으며 운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별도 보수가 없었고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을 주지도 않았으나 부주의로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출판사 직원 고용보험료를 미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직원이 고용보험·산재보험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체납 사실을 몰랐으며, 자택 등기부등본을 발급하다 미납분 때문에 집이 압류된 사실을 알고 약 37만원을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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