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삼성 권오현·현대차 이원희 등 참석 전망
"정부가 부르면 가야 하는 문화가 문제"…부담스럽다 반응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김동현 기자 =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재벌 그룹은 20일 이번주 예정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그룹을 대표할 경영인을 검토하는 등 간담회 준비에 착수했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도 과거 정부처럼 재벌 총수들을 일방적으로 불러모으는 게 아니냐며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4대 그룹과 김 위원장의 간담회를 오는 23일에 열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대한상의에 간담회 조율을 요청했고, 대한상의는 전날 4대 그룹에 총수가 아닌 각 그룹의 전문 경영인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고위급의 참석을 요청했다.
각 그룹은 이날 오전까지 참석자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재계에서는 주력 계열사나 지주회사 대표이사가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은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됨에 따라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에서 참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CFO)이 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자동차도 김 위원장이 전문 경영인과의 면담을 원한 만큼 오너 일가가 직접 면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원희 대표이사나 대외협력 담당인 정진행 사장이, 기아차는 이형근 부회장, 박한우 사장, 한천수 부사장 등이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으로 꼽힌다.
SK그룹은 그룹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조대식 의장이 참석할 전망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대외 창구인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맡은 SK텔레콤[017670] 박정호 사장과 지주회사인 SK㈜의 장동현 사장도 거론된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의 하현회 사장과 LG전자[066570] 조성진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요청한 자리인 만큼 참석이 당연하지만 내심 불편한 심기도 드러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준사법 기관인데 마치 군기 잡듯이 기업들을 갑자기 부르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이렇게 정부가 오라고 하면 기업은 꼭 가야 하는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협조할 것은 하겠지만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지 않느냐"며 "기업들이 어떤 얘기를 먼저 꺼내기보다는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직전 정부의 정경유착 의혹으로 일부 재벌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은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재벌 개혁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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