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확대시 전기료 인상→물가 상승 악순환…국민 부담 가중
태양광·풍력은 인위적 조절 어려움…안정적 전력수급 곤란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고려해 탈원전 신중 접근 필요"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 독트린'을 천명하며 탈원전 시대의 문을 열었지만,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는 지적이다.
전력 생산에서 발전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게 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더욱 무겁게 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일부 신재생 에너지는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워 안정적인 전력수급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
21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전기요금 문제는 원활한 탈핵 시대로 전환을 위해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작성한 '탈원전 시나리오에 소요되는 비용 추계' 보고서를 보면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을 2035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17% 가량 늘리면 163조∼206조원의 발전비용이 더 든다.
신재생 에너지 단가는 지난해 기준 kWh당 186.7원으로 원자력(67.9원)이나 석탄(73.9원)의 2배 이상이다.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 구현 시 발전비용은 2016년보다 약 21%(11조6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발전비용의 증가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환경에너지팀장을 맡았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 공약이 계획대로 이행되면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5% 가량 인상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도 전에 또다시 인상 논의가 이뤄진다면 반발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다.
입법조사처는 최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기요금이 8% 인상될 경우 물가는 0.16%, 16% 오르면 0.32% 오르겠다고 추산했다.
일단 정부는 한국전력[015760]이 인상분을 부담하도록 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전기요금을 손볼 가능성이 있다.
1순위 타깃은 산업용 전기요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리 1호기 퇴역식 행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해 산업 부문의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제는 전력 수급이다.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다하는 원전은 이번에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포함해 모두 12기다.
이들 원전의 설계용량은 모두 9천716MW에 달한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3호 업무지시에 따라 폐기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10기의 설비용량(3천345MW)을 합치면 2030년까지 1만3천61MW에 달하는 발전설비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9만3천216MW의 14.0%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부족분은 LNG와 신재생 에너지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자연환경에 따라 수급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만약 신재생 에너지 구성이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구성될 경우 2016년 예비력이 542만kW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예비력이 500만kW 미만이면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입법조사처는 "신재생 에너지의 공급은 자연력에 의존하므로 인위적으로 물량을 정확하게 조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산 시간도 조정할 수 없다"며 "태양이 뜨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 대비한 백업 발전설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신재생 에너지의 현실적 보급 속도를 고려하면서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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