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한국이 겪는 곤란 전해야"…파문수습 나선 靑과 기조 달라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청와대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의 발언으로 촉발된 국내외적 파장을 수습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다시 문 특보를 옹호했다.
추 대표는 전날에 이어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특보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미국 조야가 한국이 겪는 문제를 잘 모른다"면서 "한국 국민으로 가서 한국은 이런 입장에 있고 곤란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가 강조했다.
문 특보가 지난 16일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지만, 문 특보의 발언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추 대표는 야당이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문 특보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일축했다.
추 대표는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에서도 "아무도 안 하는 말을 용기 있게 했다"며 문 특보를 두둔했다.
이런 추 대표의 최고위 발언은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히기 직전에 나왔다.
여당 대표가 문 특보를 옹호하는 시점에 청와대는 문 특보에게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당청간 대응 기조에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 대표가 이날 다시 문 특보를 엄호한 것을 두고 추 대표 측에서는 당청간 역할분담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 대표가 청와대가 하기 어려운 얘기를 해주면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는 의미다.
추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공간을 더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점도 추 대표의 이런 대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 특보의 발언이 뭐가 문제냐는 인식이 더 많다.
다만 당 일각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가 진화하는 상황에서 당 대표가 엇박자처럼 보이는 발언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 대표는 청문 정국 대응과 관련해서도 원내지도부보다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원내지도부가 추경 등 사안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추 대표는 이날도 "야당을 어르고 달랠 여지가 없다. 국민과 함께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측은 이에 대해서도 '역할 분담론'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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