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대통령 말씀자료는 실무진이 만든 자료" 반박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단독 면담시 청와대에서 작성된 '말씀자료'에 "SK는 그간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SK측이 K스포츠재단의 추가 지원 요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단독 면담을 위해 작성된 청와대측 '말씀자료'를 공개했다.
이 '말씀자료'에는 "SK 투자 계획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 국가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그룹 장래를 위해서도 어려운 시기에 보다 과감한 투자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특히 이 자료엔 "SK그룹은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해야 할 것임"이라고 적혀 있다.
'규제완화 혜택' 부분에 대해선 각주를 달아 SK하이닉스의 이천 반도체 공장 증설 등을 예로 든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부사장)에게 "통상 말씀자료에는 덕담용 말이 쓰이는 걸로 아는데, 여기엔 '혜택 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하라'고 나온다"며 "이를 수사 과정에서 보고 SK측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취재진에 "독대 자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경고성 말이 나오는 건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부사장은 이에 "저는 잘 모르겠다. 제가 특별히 아는 바가 없다"고만 반응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최 회장을 위해 SK측이 만든 '말씀자료'를 예로 들며 반박했다. SK측의 '말씀자료'엔 각종 사업 현안과 최재원 부회장의 조기 가석방 내용 등이 담겼다.
유 변호사는 박 부사장에게 "최 회장이 증인이나 다른 임원에게 이러이러한 내용을 말씀자료에 넣으라고 해서 작성한 것인가 아니면 실무자들이 검토, 판단해서 기재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부사장이 "회의에서 그런 내용은 포함되는 게 좋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자료"라고 답하자 유 변호사는 "마찬가지로 청와대 말씀자료도 실무자들이 대통령과 최 회장 독대자리를 위해 이런 현안, 건의사항이 있다고 만든 자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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