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거꾸로 이동하는 '방광요관 역류'…질환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
이유없이 40도 고열 이어진다면 가까운 병원 찾아 소변검사 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상원 세브란스병원 소아비뇨기과 교수 = 출생 14개월 된 남자아이가 이틀 동안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자 부모가 황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감기처럼 고열 외에 특별한 증상은 없었으나, 소변검사에서 세균이 검출됐다. 일단 요로감염을 의심하고 초음파 검사를 했다. 좌측 신장에서 염증이 발견됐고 신장에 물이 차는 수신증상이 1단계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 정밀한 검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핵의학 검사와 소변 역류검사를 한 결과 이 아이는 '좌측 신장 방광요관 역류'로 최종 확진됐다. 아이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좌측 신장부위 여러 군데가 이미 손상돼 있어 항생제로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에 긴급 수술을 단행했고, 아이는 다음 날 퇴원할 수 있었다. 이 아이는 이후 6개월 동안 요로감염이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방광요관 역류는 방광에 모여 있던 소변이 요관을 따라 신장으로 거꾸로 이동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세균을 몸으로 퍼뜨리는 원인이 되기에 조심해야 한다. 방광이 세균에 감염되면 소변이 세균을 품고 신장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신장에 세균이 퍼지면 열과 오한, 옆구리 통증 증세가 나타난다. 심할 경우 전신으로 세균이 퍼지는 패혈증이 발생해 위험할 수도 있다.
방광요관 역류는 우리나라 전체 소아의 약 1% 정도가 겪는다. 선천적으로 요관과 방광이 만나는 부위의 판막이 기능을 다하지 못해 발생한다. 별다른 원인 없이 고열로 병원을 찾았다가 소변검사에서 요로감염을 확인한 후 소변 역류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되는 게 일반적이다.
진단 이전에 수차례 신장에 염증이 발생해 조직손상 흔적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엔 신장에 흉터(반흔)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신장 반흔이 있다면 어린 나이에도 고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심하면 몸 안에 노폐물이 쌓여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장기적인 신장기능 부전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방광요관 역류는 자연스러운 증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1세 이하에서 발생하는 낮은 등급의 역류는 80∼90%가량이 자연스레 회복된다. 보통은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항생제를 투여하고 경과를 살핀다.
소변배출이 어려운 배뇨장애가 함께 일어난다면 요도괄약근이완제 등의 적절한 치료로 방광 내부 압력을 낮춰 소변 역류 현상을 막는다. 기능 회복을 위해 방광요도재활실을 찾는 방법도 있다.
방광요도재활실에서는 2차적으로 역류를 일으킬 수 있는 배뇨장애에 대해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시행한다. 바이오피드백은 사람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근육과 자율신경계 반응을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하고 느끼면서 자기 조절법을 익히는 훈련치료방법이다.
20년간 이 치료를 해온 세브란스 소아방광요도재활실팀의 누적 치료성적을 보면 완전치료율 72%, 부분치료율 13.6% 등으로 치료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높은 등급의 소변역류, 나이가 들어 발생한 역류, 방광과 요관이 만나는 부위의 구조적 이상으로 일어난 방광요관 역류는 수술치료가 해법이다.
수술방법은 역류의 등급, 좌·우측 신장 모두에 일어나는지 여부, 환자 연령, 동반 기형 여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내시경 수술과 요관-방광 연결 수술로 나뉜다.
내시경 수술은 요관의 점막 밑에 의료용 물질을 넣는 방식이다. 요관 입구를 좁게 해 역류를 막아주며 10분 안팎이면 수술이 가능하므로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높은 등급의 역류나 방광 요관 접합부의 구조적 이상이 동반된 경우엔 성공률이 낮아 적용에 제한이 있다.
방광과 요관을 연결하는 수술법으로는 전통적으로 코헨수술법, 배뇨근외봉법을 많이 사용한다.
좌우측 신장 모두에 역류증세가 있으면 코헨수술법을, 한쪽만 역류가 있다면 방광근외봉법이 주로 적용된다.
고헨수술법은 방광 안쪽에서 방광삼각부를 지나는 점막 아래로 터널을 만든 뒤 그 속으로 요관을 통과시켜 역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높은 성공률과 낮은 합병증 발생률 등의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배뇨근외봉법은 요관을 방광에 연결시켜 놓은 상태에서 요관을 근육 안쪽으로 묻어 교정하는 방법이다. 출혈이 전혀 없고 수술 후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며 절개창이 작다.
최근에는 복강경으로 방광과 요관을 연결하는 방법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피부 절개창이 매우 작아 수술 후 상처가 거의 보이지 않으며 복부 절개가 없어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
세브란스병원 소아비뇨기과는 2008년 국내 처음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역류 수술을 시행한 이후 수술 성공률이 96.4%에 달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또 복강경을 이용한 배뇨근내봉법도 세계 처음으로 고안하고, 그 결과를 세계 학회에 보고했다. 기존 수술법과 비슷한 95%의 성공률을 보이면서도 합병증을 줄이고 요관 위치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질환도 그러하지만 방광요관 역류로 인한 신장 손상의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만약 특별한 원인 없이 40도 정도의 고열이 며칠 동안 이어진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광요관 역류로 진단됐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역류 정도와 제반 상황에 따라 맞춤화된 관리와 치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험 많은 전문의와의 상담은 필수다.
◇ 한상원 교수는 1982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했다. 미국 시카고 아동기념병원(The Children's Memorial Hospital)에서 연수했으며,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 소아비뇨기과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비뇨기과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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