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하고, 부수고…'분노사회' 화를 삭이는 법 찾는 사람들

입력 2017-06-21 07:41  

색칠하고, 부수고…'분노사회' 화를 삭이는 법 찾는 사람들

상사 괴롭히기 게임도 등장…병원 '분노조절' 강연에 문의 몰려

전문가 "일상 스트레스 쌓이면 문제…해소법 찾아 바로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취업 고민, 가족 간 불화, 상사와의 갈등 등 각박한 사회를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무수히 많다.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이면 충동적 행동이나 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음악이 시끄럽다며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밧줄을 잘라 추락하게 한 주민, 평소 의견을 맞지 않던 교수 연구실에 '텀블러 폭탄'을 둔 대학원생 등은 이처럼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범죄로 이어진 경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20일 오후 찾은 서울 잠실의 한 대형서점에는 도안대로 정해진 색을 칠하는 '컬러링 북'이나 뾰족한 펜으로 선을 긁어내는 '스크래치 북' 여러 종이 입구에서 가까운 '화제의 책'이라고 이름 붙인 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이런 책들을 보면 단순한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집중하게 돼 마음이 정리된다고 한다.

재취업 스트레스를 컬러링 북으로 푼다는 김모(32)씨는 "출산, 육아 등으로 3∼4년간 쉬다가 일하려고 나서니 힘들었는데 색깔별로 하나씩 색칠하면서 편안해졌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이모(35)씨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그날 바로 풀어 버리려고 야근이 없는 날이면 퇴근한 뒤 카페에서 30∼40분씩 스크래치 북을 한다. 벌써 3권째"라고 소개했다.






초등학생에게나 팔릴 법하지만, 오히려 20∼40대에게 인기가 많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이런 종류의 책을 산 고객의 34.7%는 40대였고 30대가 30.8%, 20대가 21.1% 등이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각박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고 적은 비용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취미 생활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기"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경우도 있다. 출·퇴근 시간이나 한가할 때 모바일 게임으로 5∼10분씩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다.

한 모바일 게임은 불만 가득했던 직장 상사에게 계란을 던지고 교실 책상을 엎어버리기도 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도구를 쓸 수 있고 '사장님'을 괴롭히는 방법도 업그레이드된다.

일부 과격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는 이 게임에 대해 '별 100개라도 작을 정도',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등 긍정적 평가가 많은 편이다.






게임만으로 부족하다면 실제로 소리를 지르고 그릇을 부수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지난 4월 서울 홍대 인근에 생긴 '서울 레이지 룸'(Rage Room)은 부수고 때리기 위한 '전문 공간'이다.

안전모와 귀마개, 장갑, 작업복을 착용하고서 '짜증', '왕짜증', '빡침', '개빡침', '미침' 등 분노 5단계 중 하나를 택해 제공된 그릇과 가전제품을 마음껏 부수면 된다.

업소 관계자는 "두 달간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을 것"이라면서 "학생과 직장인이 많은데 그릇을 직접 사 오거나 미술 시간에 쓰는 석고상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스트레스, 분노 등을 조절하는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의료계도 나섰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23일 경기 안양시의 병원 제2별관에서 '분노 조절 그것이 알고 싶다'를 주제로 강의를 연다.

안양시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사전 접수한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관련 문의가 쇄도해 참석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 분노로 표출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압축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 불안함 등이 곳곳에 깔리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사소한 일에도 화내는 '분노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스트레스는 일상에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계속 쌓여 큰 문제가 된다"면서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해소법을 찾고 그때그때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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