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통화 "한 번→두세 번" 말 바꾸기도…'몰타 도피 시도'엔 답변 회피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는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돼 검찰청사를 빠져나온 뒤 만약 세 번째 영장이 청구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똑같이 (대응)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 7분께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씨는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이며 말문을 열었다.
한 갈래로 묶은 머리는 다소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양 눈에는 미용용 서클렌즈를 낀 모습이었다.
정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직 당시 수차례 통화를 한 사실에 대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 차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1월 1일에 그냥 어머니가 인사하라고 바꿔주셔서…(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 통화했다는 것과 얘기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자 "크리스마스 때 했었고, 1월 1일에 했었고. 몇 번 했었다"면서 "두세 차례 된다. 검찰 조사와 법원에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금세 말을 바꾸기도 했다.
정씨는 덴마크 구치소에 있을 당시 최씨와 자필 편지를 주고받으며 수사 대응책과 해외 도피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해'라며 반박했다.
그는 "변호인이 변호 문제 때문에 한국 법무부에 질문을 보냈었는데 답이 안 왔다"면서 "정보를 알아야 변론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변호인이 하는 말을 제가 받아적고, 그걸 한국 측에 보내서 정보를 좀 달라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편지 내용 중 몰타 국적 취득 비용에 대한 내용은 왜 담겨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그 편지에다가는 몰타 얘기 안 적었는데…. 다른 편지에다가 적었는데…"라며 앞뒤가 다른 말을 내놓기도 했다.
다시 '몰타 도피 시도는 왜 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무시한 채 "수고하세요"라며 넘어갔다.
정씨는 '향후 검찰 수사에는 협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큰 소리로 "네. 협조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생활 자금을 무엇으로 한 거냐'는 질문에는 "저는 모릅니다"라며 답변을 서둘러 끊고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야말로 사필귀정"이라며 "이것이 이렇게 어렵게 결정되니 험한 세상인 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아는 것이 없다"라며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법원은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 내용,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 정도,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정씨는 이날 강남구 신사동 소재 미승빌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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