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사장이 "대통령에게 무례하게 굴지마" 최후통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활동하는 한 라디오 진행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언사를 늘어놓지 말라는 경영진의 경고를 받자 곧바로 사표를 썼다.
20일(현지시간) 현지매체 필리닷컴, 펜라이브닷컴 등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펜실베이니아의 유명한 진행자로 명성을 쌓아온 브루스 본드는 주파수 92.1 WTPA-FM 방송의 '브루스 본드 레잇 애프터눈 쇼'를 그만두기로 했다며 페이스북에 쪽지 한 장을 공개했다.
방송국 사장 팀 마이클스가 본드에게 보낸 '경고장'이다.
마이클스는 "WTPA 전파를 타는 방송에서는 대통령에 관해 무례하게 말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청취자로부터 항의 이메일과 전화를 받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고 압력을 가했다.
방송 경영진은 "예전부터 정치 토론을 그만두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쇼를 중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본드는 "정치 토크가 원래 내 어젠다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 시간 동안 쇼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트럼프에 대한 얘기를 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사장이 나를 검열하고 트럼프 얘기를 입에 올리지 못하게 하려는 건 참 웃기는 처사"라고 말했다.
본드는 자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방송에서 얘기했을 때는 경영진이 개의치 않았다고 전했다.
본드는 "몇 차례 트럼프에 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말라고 하길래 그냥 무시했는데, 이번엔 넘어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난 트럼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조심조심 피해서 가야 하는 그런 짓은 못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WTPA 방송 소유주 팻 가렛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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