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인터뷰서 "조건맞으면 평양 방문 가능" 언급
백악관 "북미정상회담 더 멀어져"…웜비어 사망계기 강경기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오는 29∼30일(미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공동의 대북 접근법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에서 조성된 대북 강경 기류 속에 양국 대북 정책의 접점 찾기가 순탄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제재와 압력만으로 풀 수 없으며,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조건이 맞는다면 평양방문은 여전히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대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면서 '대화 지상론'에 선을 그었고 금년 중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길 희망한다면서도 "북한에 대해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 그것을 달성할 것임도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이뤄진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과 남북 민간교류 거부, 웜비어 사망 등에도 대화 중시 기조에 큰 변함이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토(웜비어)에게 일어난 일은 완전히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밝힌데 이어 같은 날 트위터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도움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2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했던 트럼프이기에 독자적인 대북 압박의 고삐를 조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특히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회동 의사가 여전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분명히 더 멀리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지만 웜비어의 사망이라는 악재를 계기로 미국의 기류가 압박 쪽으로 이동하면서 양국간 접점 찾기가 점점 쉽지 않아 보이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이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조건'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이나 웜비어의 사망에 조의와 대북 규탄 메시지를 동시에 낸 점 등에서 보듯 한미 공조의 중요성, 미국 내부의 대북 기류 등을 두루 중시하고 있는 만큼 한미간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북핵 관련 대화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 등에서 미국 정부와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에서 큰 이견이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대화의 병행 기조에 원칙적으로 뜻을 모으더라도 당분간 둘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 지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화와 제재·압박을 별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에 나올 때까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가 한미정상회담에서 현재 북한에 가하고 있는 압박이 충분하다는 가정하에 '압박만 해서는 안 되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현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할 것이 아니라 완전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등의 원론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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