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속 모험과 상상의 세계로 떠나볼까

입력 2017-06-21 11:07  

동시 속 모험과 상상의 세계로 떠나볼까

송찬호·김성민 시인 새 동시집…블로그 '푸른 동시놀이터' 작품집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여름방학을 앞두고 동시집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어른들 시도 쓰는 기성 시인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발굴된 신인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동심을 두드린다.

송찬호(58) 시인은 6년 만에 낸 두 번째 동시집 '초록 토끼를 만났다'(문학동네)에서 천진난만한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를 펼친다. 초록 토끼뿐 아니라 안경을 쓴 돼지를 만나고 다리가 세 개인 의자가 벌떡 일어나 씩씩하게 걷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 속 모험의 세계다.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들은,/ 이경수의 코딱지/ 이경수가 자다가 흘린 침/ 이경수의 방귀 소리/ 목욕할 때 이경수의 꼬추와 엉덩이 사진// 이거 내 짝꿍 민주가 알면 큰일!/ 지상에 올라가면/ 지하 비밀 도시로 내려오는/ 구멍을 콱, 틀어막아야겠다" ('지하 비밀 도시' 부분)

"초록 토끼를 만났다/ 거짓말 아니다/ 너한테만 얘기하는 건데/ 전에 난 초록 호랑이도 만난 적 있다니까// (…)// '초록 토끼를 만났다'고/ 또박또박 써 본다/ 내 비밀을 기억해 둬야 하니까/ 그게 나에게 힘이 되니까" ('초록 토끼를 만났다' 부분) 88쪽. 1만500원.





201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성민 시인(48)은 첫 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창비)를 엮었다. 층간소음 문제로 떠들썩한 아파트를 이리저리 돌리는 큐브에 빗대고, 밀가루를 통해 연애감정을 표현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천장을 돌리면 벽/ 벽을 돌리면 바닥/ 바닥을 돌리면 천장//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천장이 벽이 되기도 하고/ 벽이 바닥이 되기도 하지// (…)// 화난 아랫집 할머니 윗집에서 뛰어나와/ 씩씩거리며 우리 집에 따지러 왔다가 / 도로 사과하고 얼굴 빨개져 옆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겠지" ('큐브' 부분)

"슈퍼에 갔다// 밀가루 파는 데/ 중력분이라는 게 있다// (…)// 중력분/ 뭔가를 당길 수 있을 것 같다// 예슬이한테 살짝 뿌려 보고 싶은 가루다" ('중력분과 박력분' 부분)

시인은 고등어·지렁이와 대화하더니 나중엔 아예 동물이 된다. "엄마! 엄마!/ 조기 울타리 너머, 두 갈래로 머리 땋은 쪼그만 여자애가/ 날 똥그랗게 보면서/ 음무, 음무 한참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쌩 가 버리던데, 왜 그런 거예요?" ('송아지가 엄마 소에게' 부분)

김이구 어린이문학평론가는 "동시들을 읽어 가노라면 이 시인이 발명가처럼 세상의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생동하는 상상력을 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104쪽. 9천원.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푸른책들)는 기성 시인 22명의 동시 59편과 신인 5명의 작품 19편, 시인·동화작가·문학평론가들의 동시집 리뷰와 동시단 소식까지 담은 작품집이다.

책에 실린 동시와 리뷰 등은 푸른책들이 지난해 문을 연 인터넷 블로그 '푸른 동시놀이터'에 올라온 것들이다. 블로그는 시인들이 신작을 발표하고 신인들 투고를 받아 작품을 발굴하는 동시 놀이터 역할을 해왔다.

신형건 푸른책들 발행인은 "한데 모아 보니 꽤 두툼하고 묵직한 동시 앤솔러지가 됐다. 여러 시인이 치열하게 창작한 성과물을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엮어 내어 당대의 다채로운 동시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연 1회 이상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2쪽. 1만1천8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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