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에 "네코노믹스"로 불리는 공전의 고양이 붐이 일면서 새끼 고양이 값이 치솟고 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는 새끼 고양이의 평균 가격은 지난 3년간 60%나 올랐다. 혼자 사는 젊은이와 고령자를 중심으로 고양이 기르기 붐이 일면서 희귀종의 경우 판매가격이 마리당 100만 엔(약 1천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네코노믹스는 고양이를 뜻하는 일본어 '네코'와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 고양이 신드롬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가리키는 말이다.
2012년 발족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본떠 만든 신조어다. 2015년부터 쓰이기 시작해 현재는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고양이 관련 비즈니스가 번창해 큰 경제적 효과를 내는 현상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대형 애완동물 가게인 '고지마'(도쿄)의 경우 작년 새끼 고양이 평균 판매가격은 마리당 20만 엔(약 200만 원)이었다. 3년 전인 2013년 평균 판매가격은 12만4천 엔이었다.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에 있는 애완동물 전문점은 "현재 판매가격은 2016년보다 더 올랐다"고 밝혔다.
도쿄도(東京都)내의 한 전문점 관계자는 "3년 전까지는 30만 엔 정도의 고양이가 잘 팔렸는데 최근에는 40만~50만 엔(약 400만~500만 원)짜리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성격이 온순한 영국 원산의 스코티시폴드(Scottish Fold)나 털이 긴 종류가 인기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아직 숫자가 많지 않은 미뉴에트(minuet)는 100만 엔 이상에 팔리기도 한다.
고양이는 산보를 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령자나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독신자도 기르기가 쉽다.
고지마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상업광고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 바람에" 고양이 사육붐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몸매나 얼굴이 예쁘고 쇼 등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새끼 고양이에 인기가 집중되면서 가격 인상에 탄력이 붙었다.
2013년 9월에 개정 동물 애호관리법이 시행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개정법 시행으로 소비자와의 대면(對面)판매가 의무화돼 브리더(번식업자)가 직접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애완동물협회 관계자는 경영이 어려워진 브리더들이 폐업하는 바람에 번식이 줄어든 것도 가격이 오른 요인의 하나라고 말했다.
개정법 시행의 영향으로 애완용 강아지 값도 올랐다. 고지마에 따르면 강아지의 작년 평균 판매가격은 16만6천 엔으로 2013년에 비해 36% 올랐다. 강아지 값도 올랐지만, 특히 새끼 고양이 값 상승이 두드러진다는 게 고지마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본의 사육 고양이 수는 개에 근접하고 있다. 펫푸드협회에 따르면 2012년에만 해도 개가 고양이 보다 176만6천 마리 더 많았지만, 작년에는 차이가 3만1천 마리로 줄었다. 올해는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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