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작년 노동상담 8천647건 분석 사례집 펴내
상담받은 10∼20대 80%가 비정규직…월평균 133만원 받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이태수 기자 = # 20대 청년 A씨는 카페에서 주말에만 일하다가 사장이 더 나오라고 해 주 4일 20시간 이상 일했다. 이후 주 15시간 이상 근무시 신청할 수 있는 '주휴수당'을 요구했지만 주 5일 근무를 하지 않아 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 또 다른 20대 청년 B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라고 돼 있는 근로계약서와 달리 30분 먼저 출근해 30분 늦게 퇴근하라고 요구받았다. 매일 한 시간씩 더 일한 셈이지만, '시간 외 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청년 실업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노동 현장에 뛰어든 청년들 역시 불안정한 근무 형태와 '얇은 지갑' 탓에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터 등이 펴낸 노동상담 사례집 '서울시민과 나눈 노동상담'에 따르면 시 당국의 문을 두드린 10∼20대의 80%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청한 청년 가운데 정규직은 17.3%에 그쳤고, 비정규직의 일종이지만 고용의 안정성은 보장된 무기계약직은 1.5%였다.
반면에 단시간 근로자 21.6%, 기간제 근로자 23.9%, 일반 임시직 26.6%, 파견직 1%, 용역 1% 등 비정규직이 79.8%에 달했다. 상담을 받은 10∼20대 5명 가운데 4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이곳을 찾아온 10대와 20대 청년은 주로 비정규직으로 카페나 식당 같은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단시간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하고 있었다"며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인 월평균 133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민과 나눈 노동상담'은 지난해 서울시가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은 시민 6천644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상담 8천647건을 분석한 사례집이다.
이에 따르면 상담차 노동권익센터를 방문한 사람들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30대는 50.7%, 40대는 43.1%, 50대는 26.9%로 각각 나타났다. 그러나 60대로 가면 12.3%, 70대 이상은 11.5%로 '뚝' 떨어졌다.
청년과 노년층의 근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시가 진행한 노동상담을 유형별로 따져봤더니 임금체불 관련이 2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징계·해고 14.5%, 퇴직금 14%, 휴일·휴가 12.6% 등이 뒤따랐다.
고용 형태별로 살펴보면 정규직은 징계·해고 관련 상담이 25.7%로 가장 많았다. 반면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은 가장 많은 22.4%와 33.6%가 임금체불 관련이었다.
정규직 내담자의 81.5%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비정규직은 59.9%만 썼다고 답했다. 4대 보험 역시 정규직은 89%가 가입한 데 비해, 비정규직은 64.8%만 가입했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 가운데 일용직과 일반 임시직은 70% 안팎이 근로계약서 작성은 물론, 4대 보험 가입도 돼 있지 않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종별로 보면 판매직(40.1%), 서비스직(39.3%), 기능원(36%), 단순노무직(27.9%) 등은 임금체불 관련 상담이 가장 많았다. 반면 전문가(30%)와 사무직(31.9%)은 징계·해고 관련 상담이 수위를 달렸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서비스직과 판매직은 임금체불이 상담 건수의 40%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며 "이들이 주로 일하는 식당이나 길거리 소규모 점포 등지에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짚었다.
서울시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서울노동권익센터, 구로·서대문·성동근로자복지센터 등에서 무료 상담을 펼쳐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25개 자치구별로 노동 전문가인 '시민명예노동옴부즈만'을 2명씩 배치해 시민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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