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관측시스템 시연…생육·작황 점검해 가격 급등락에 대응
(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네, 강릉 안반데기에 나와 있는 엄태진 연구원입니다. 보시다시피 안반데기에는 관정시설이 마련돼서 이제 물주기가 상당히 용이해진 편이고…."
21일 충북 오송읍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 농업관측상황실.
상황실 내 대형화면을 통해 화상 연결된 농경연 산지기동반 소속 연구원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해발 1천m 높이의 고랭지 배추밭 곳곳을 비춰가며 생육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 산지기동반은 고랭지 배추가 자라는 7~9월 안반데기를 비롯해 태백 귀네미와 매봉산 등 고랭지 배추 주산지 3곳에 상주하며 생육 상황을 살피고, 작황에 문제가 발견되면 지역 농협이나 관할 시·군 기술센터에서 대응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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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추석을 전후로 김장용도로 집중적으로 출하되는 고랭지 배추는 기온이 25℃를 넘어가면 생육이 멈춘다. 이 때문에 여름철 이상고온이나 가뭄이 지속되면 출하에 차질이 빚어진다.
반대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거나 폭우가 내려도 농작물 무름병이 발생하는 등 비에도 상당히 취약하다.
폭염이나 태풍피해가 있던 해에 어김없이 배춧값이 치솟는 것 역시 이런 고랭지 배추의 특성 때문이다. 결국 '금(金)배추 파동'을 막으려면, 정확한 관측과 농가 지도를 통해 수급을 안정시켜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작황 상태의 실시간 파악이 어려웠고, 정밀한 작황 예측을 위한 첨단장비도 없어 작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농산물 수급관리를 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경연은 지난해부터 고랭지 배추 주산지 3곳에 총 10개의 무인기상관측센서인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황의식 농경연 농업관측본부장은 "기상청의 기상관측소는 농장과 거리가 있으므로 USN을 통해 기본적인 날씨 정보 외에 토양수분, 온·습도, 산도센서 등을 실시간 자동으로 수집해 작황과 모형분석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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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해발 1천m까지 직접 가지 않더라도 실시간 생육 상황 점검이 가능해졌다.
하반기부터는 지상 조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드론(헬리캠)으로 항공 촬영을 해 출하면적과 작황 등을 조사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또 가뭄 피해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물 관리가 가능하도록 고랭지 배추 주산지 3곳에 용수시설을 확충했다.
해발 1천m 배추밭에 물을 대려면 사람이 일일이 급수차로 물을 나르고 호스로 뿌려 가며 배추를 길러야 해 가뭄이 조금만 발생해도 작황이 나빠지고 경영비 부담도 상승해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산지에 5천t의 농업용수 저장이 가능한 용수 기반시설이 마련돼 가뭄에도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범수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국장은 "고랭지 배추가 항상 문제가 됐는데, 올해는 각종 관측 기법을 활용해 관측하고 있고, 혹시 태풍 등 비가 내려 쓸려 내려갈 때를 대비해 예비묘 150만 주도 확보를 했다"며 "다른 큰 변수가 없다면 예년과 같은 심각한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농식품부는 배추와 양파 등 두 개 품목을 대상으로 가뭄 등 이상기상 발생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난 4월부터 이상기상 대응 매뉴얼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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