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메카'는 옛말…신림동 고시촌에 부는 변화의 바람

입력 2017-06-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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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메카'는 옛말…신림동 고시촌에 부는 변화의 바람

사시 마지막 2차 시험 치러진 21일 고시촌 일대는 한산

사시생 줄어든 빈자리에는 노량진 공시생·직장인 유입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아예 상권이 죽어버렸죠. 한창 잘 될 때 비하면 매출이 한 70%는 줄었어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행정구역상 명칭은 대학동) 고시촌에서 8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9)씨는 푸념하듯 말했다. 점심 무렵에도 불구, 정씨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

정씨는 "사법시험도 없어진다고 하니 단골손님이었던 학생들도 다 빠져나갔다"며 "다만 직장인들이 늘어 저녁 장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어려운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밥값도 4천 원 선을 유지했다"며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고 여러모로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사법시험 2차 시험이 치러진 21일 신림동 고시촌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1975년 서울대가 이전해 오면서 형성돼 200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린 '고시의 메카'는 옛말이었다.

로스쿨이 도입되고 사법시험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며 최근 몇 년 사이 고시촌의 독서실, 서점 등은 문을 닫거나 원룸으로 바뀌었다.

실제 이날 고시촌 일대에는 원룸과 오피스텔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시촌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권대성(40) 씨는 "고시원과 서점이 많이 줄고 대신 원룸과 커피숍, 술집이 들어섰다"고 변화상을 설명했다.




권 씨는 "한 10년 전만 해도 이 일대에 공실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사시생들이 빠져나가면서 공실이 대거 늘었다"고 말했다.

사시생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공시생과 직장인들이다. 인근 지역에 비해 싼 주거비용 탓에 강남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늘었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늘면서 주거형태도 바뀌었다. 방 한 칸에 화장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의 고시원들은 문을 닫고 원룸과 오피스텔이 늘었다.

또 노량진의 공시생들이 유입되면서 학원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른바 '법학원'이라고 불리는 고시학원 관계자는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사법시험 종합반은 사라지고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노무사, 법무사 준비생을 위한 단과 수업 위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신림동의 독서실 총무인 홍모(24)씨는 "사시가 폐지되면서 독서실에 다니는 사람 중에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며 "최근에는 경찰시험을 준비하거나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노량진에서 많이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2년째 순경 시험을 준비한다는 임모(25)씨도 노량진에서 신림동으로 거처를 옮긴 이들 중의 한 명이다.

임 씨는 "노량진에는 아무래도 술집도 많고 공부에 집중이 안 되는 분위기라 신림동으로 넘어왔다"며 "신림동이 노량진보다 물가가 싸고 방을 구하기도 편하고 면학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상을 반영하듯 신림동 일대에는 경찰과 소방 공무원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력 학원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한편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서점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가족이 운영하던 광장서점이 있던 자리에는 커피숍이 들어섰다. 고시촌 대로변에서 수험서를 판매하던 한국서점도 자취를 감췄다.

고시촌에서 20여 년 가까이 서점을 운영했다는 김모(50)씨는 "중고 서점을 제외하고 이 일대 10여 개에 달하던 수험전문서점이 서너 곳으로 줄었다"며 "매출도 2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만 고시촌에 공시생들이 들어오면서 매출의 10%도 채 안 되던 공무원 수험서가 이제는 매출의 20∼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단순 수험서 판매만으로는 서점의 생존이 어렵게 됐다"며 "수험서와 함께 단행본을 함께 취급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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