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당시 잇단 파업에 개혁동력 꺾인 점 고려한 듯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에서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한 내용의 진의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의 모두발언을 마무리하기 전 "노동계는 지난 두 정부에서 워낙 억눌려서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엄청 많을 텐데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이 웃으면서 "특별히 당부 말씀을 드린다"고 이야기했지만, 이 발언은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노동계에 공개적으로 이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노동계는 문 대통령 취임 50일을 맞는 30일을 기점으로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등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노동계와의 협력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파업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이러한 의중을 에둘러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미 참여정부 초기 잇단 파업으로 개혁의 동력이 꺾였던 경험을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2003년 업계의 지입제와 다단계 알선 근절 등을 요구하며 벌인 화물연대의 두 차례 파업을 언급하며 노동계에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화물연대로선 대성공을 거뒀다.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고 조합원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그 성공에 도취됐는지 그로부터 불과 두세 달 후에 2차 파업을 했다. 1차 파업과 달리 무리한 파업이었다"고 적었다.
민영화 논란을 두고 벌어진 철도노조 파업에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노동계가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에 과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르고 노동계의 기대를 참여정부가 감당 못 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는 노동 분야에서 참여정부 개혁을 촉진한 게 아니라 개혁 역량을 손상시킨 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노조의 총파업으로 당시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다시 한 번 개혁의 발목이 잡힐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새 정부의 제1호 과제로 내세운 일자리 늘리기에 노사정 대타협을 촉구한 마당에 노동계와의 협력이 어긋나게 되면 새 정부의 국정 동력에는 더욱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미 노조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지난달 1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난 자리에서 "노동자들께서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고 하진 마시라"며 "임기 중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확실하게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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