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직접 고른 피아노로 쇼팽 연주…"내년 프로그램은 슈베르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제가 잘할 자신이 있는 곡들을 골랐어요. 제 목표는 언제나 피아노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거예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오는 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쇼팽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연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려온 임동혁은 또다시 쇼팽을 고른 이유에 대해 "분명 쇼팽이 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섬세하고 예민한 서정으로 빚어낸 임동혁만의 쇼핑 해석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같은 레퍼토리를 오래 연주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스스로 연주에 감흥이 없어지고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죠. 여기저기 기교적인 부분을 의식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러나 분명 편한 부분도 있어요.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할 수는 없어요. 제게 고전 레퍼토리는 원하는 대로 연주가 잘 안 나오니까 너무 힘든 프로그램이에요. 잘 안되는 걸 하려니까 자학하는 것밖에 안 될 때도 있어요."
특히 이번 무대는 독일 현지에서 직접 타건해 고른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새 피아노, 스타인웨이 D-274와 함께 한다. "다이내믹하게 반응하는 피아노"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잘할 자신이 있는" 슈베르트로 내년 독주회를 이어간다.
"쇼팽과 슈베르트를 '서정적'인 곡들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노래하는 게 중요한' 곡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늘 노래하듯 연주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에 이어 최근 선우예권까지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터라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적지 않았다.
그는 최근 후배들의 활약에 대해 "다 같이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갑자기 잘 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늘 잘 쳐왔어요. 누누이 말해왔지만, 한국 사람들만큼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기교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적인 부분까지 흠잡을 곳이 없죠."
임동혁 또한 어린 시절 콩쿠르 수상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동시에 석연치 않은 일들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지만, 심사위원들 편파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형 임동민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던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는 피아노 안에 조율기구가 들어가 있던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는 아쉬움이 남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나가면 더 잘 안됐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과거 예민하고 톡톡 튀는 모습으로 종종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여전히 '반항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세간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가 죽고 더 내성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정말 반항적이고, 잘난 척하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갖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신비주의로 가려는 게 아니고요."
그는 오히려 "어설프게 '연예인 병'에 걸린 연주자들을 너무 싫어한다"며 웃었다.
"제가 그나마 손으로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피아노밖에 없어요. 글씨도 아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악필이고 그림도 잘 못 그려요. 다른 쪽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요. 그저 클래식 연주자로서 더 많이 연주하고 성공하고 바빠지는 것, 그게 제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에요."
티켓 가격 3만~6만원. ☎031-230-3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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